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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돈인데 뭘" 취업하고도 실업급여, 지난해 300억 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 연합뉴스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 연합뉴스

경남에 사는 A씨는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끝난 뒤 재취업했지만, 고용센터엔 계속 직장이 없는 것처럼 서류를 제출해 11차례에 걸쳐 총 1700만원의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아 챙겼다. 노동당국은 부정수급 징수결정액을 전액 환수하고,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에 적발된 1인 기준 최대 부정수급액이다.

이같은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이 지난해 한 해에만 300억원을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은 지난해부터 실업급여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연간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99억9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68억2700만원) 대비 11.8% 늘어난 수치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해외 거주자 특별단속이 있었던 2016년과 2017년에 300억원대를 기록했다가 2018년 200억원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부정수급 건수로는 2022년 2만3877건에서 지난해 2만2921건으로 4% 감소했지만, 1건당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정부가 최근 장기·반복 부정수급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 고용부는 지난해 부정수급 특별점검을 통해 가짜 이직 서류를 만들거나 허위로 실업을 신고하는 등의 부정수급자 수백명을 적발해 사법조치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턴 실업인정일과 해외 체류 기간이 중복된 실업급여 수급자 1850명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이 오른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는 이전 직장에서 받은 평균임금의 60%를 주는데, 최소한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액으로 두고 있다. 올해 하루 하한액은 6만3104원으로, 전년(6만1568원) 대비 2.5% 상승했다. 2022년 기준 하한액 수급자는 약 73%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징수결정액 대비 환수율은 지난해 71.4%로, 10건 중 3건은 아직 환수가 이뤄지지 못했다. 2022년 환수율(84.9%)보다도 13.5%포인트 낮다. 다만 고용부 측은 기한 안에 징수결정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세 체납처분 절차에 따라 강제징수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환수율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부정수급이 나날이 확대되면서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손질 필요성도 제기된다. 당초 고용부는 소득기반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부정수급 및 반복수급을 방지하고 구직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실업급여 제도 전반을 개편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7월 당정 공청회에서 일명 ‘시럽급여’ 논란이 일어난 이후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이주환 의원은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이 적발되지 못한 사례까지 합치게 되면 300억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실업급여를 소위 ‘꽁돈’이라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고 부정수급에 따른 혈세 누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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