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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난...대만 TSMC는 석사가 절반, 국내는 10%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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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5일 오후 경주 화백컨밴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반도체 교육과 인력양성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경주=박해리 기자

지난 25일 오후 경주 화백컨밴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반도체 교육과 인력양성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경주=박해리 기자

지난 25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충남대, 한양대(가나다 순) 등의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날 이곳에서 개최된 제31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 둘째날인 이날 ‘반도체 교육과 인력양성 정책 이대로 좋은가’ 주제의 토론회가 열린 것. 패널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나 정부의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 교수들이 참여했다.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과 기업의 요구를 교육 최전선에서 반영하는 학교들이다.

‘폐과’ 안 되려 긴장하며 가르친다

SK하이닉스와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고려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유현용 교수는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하는 계약학과라 설립이 쉬웠던 만큼, 없애는 것도 쉬울 수 있따. 폐과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램리서치와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을 거친 그는 “문제해결능력과 자기 주도적 사고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기에 1학년 때 배우는 교양 위주의 일반 물리·일반화학·일반실험 등을 과감하게 모두 삭제하고 전공 기초과목을 신입생 때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존 학과에서는 쉽지 않은 커리큘럼 변화를 새로 생긴 계약학과에서는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대학에서 반도체 설계·제조 이외 분야의 커리큘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반도체 특성화 대학에 선정된 고려대(세종) 지능형반도체공학과의 양지운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장비 분야로 인재들이 가지 않으니, 뛰어난 장비 기업이 없고, 산업도 크지 못하는 효과가 연쇄적으로 나타난다”라며 “장비에 특성화된 인재를 잘 길러 보자는 목표를 잡았고 협력회사 27곳으로부터 수요조사를 해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소재·부품·장비가 공급되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칩을 못 만드는 만큼, 지금이라도 소부장 인력 양성에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재 양성할 교수가 중요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우수 인재를 육성하려면 실무 경험 있는 교수진이 필요하지만, 대학들이 그런 전문가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업에서 경험 쌓은 젊은 인력들이 교수로 오기엔 교수 연봉과 기업에서 받는 연봉의 격차가 크다”라며 “대만의 경우는 교원 유치를 위해 이중국적까지 주면서 미국에서 교수를 모셔오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유인책이 없다”고 말했다.

학부뿐 아니라 석·박사 늘려야

지난 25일 오후 경주 화백컨밴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반도체 교육과 인력양성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경주=박해리 기자

지난 25일 오후 경주 화백컨밴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반도체 교육과 인력양성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경주=박해리 기자

이날 반도체 업계의 석·박사 이상의 고급 인재 육성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택 성균관대 반도체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대만 TSMC는 석사가 절반이고, 미디어텍은 70%가 석사”라며 “삼성전자엔 10%의 이노베이터(혁신가), 20%의 파이오니어(개척자)가 있고 나머지 70%는 팀플레이어를 잘하는 인재들인데, 미래 교육은 10~20% 인재 육성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 기술 인력 10만4004명(2021년 기준) 중 석·박사급 인력은 전체 10%도 못 미치는 9170명이다. 이중에 박사 인력은 전체 2%(2464명)뿐이다.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2228억원 투자해 2365명의 석·박사를 양성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정성욱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고급 인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석사를 뽑기 시작했다”라며 “향후 박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에는 이제 실무형 인재보다도 소수의 천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초교육을 등한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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