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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인해전술’…서방 업체 줄도산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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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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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해전술이 온다.’

전 세계 정치·경제가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재편될 거라 예언한 『반도체 전쟁(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학 교수의 새로운 경고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저가 공세로 미국·유럽 업체들이 줄도산한 사태가, 저가 반도체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칩 시장 잠식을 대비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크리스 밀러 교수 기고를 게재했다. 밀러 교수는 이 글에서 최근 중국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의 CEO가 “반도체 글로벌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설비 투자(케펙스·CAPEX)를 75억 달러(약 10조원)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에 주목했다. 공급 과잉에 생산을 늘리는 건 경제 논리에 어긋나지만, 중국 반도체 업체는 정부 보조금에 기대 도리어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는 것. 밀러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향후 3년간 60%, 5년 내 2배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IC에 따르면 이 회사 지난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80% 감소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말 미국 상무부의 무역 블랙리스트 목록에 오른 후 실적 하락세다. 그럼에도 설비투자 규모를 연초 계획치(예년 수준인 63억5000만달러)보다 18% 늘려 잡았다. SMIC는 ‘미국 블랙리스트 동지’ 격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와 협력해 지난해 화웨이 스마트폰용 5G 칩을 생산했다.

TSMC가 중국의 칩 인해전술을 지켜보며 우려하고 있다고, 밀러 교수는 전했다. 미국이 첨단 칩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으니 중국은 자동차나 소비자 가전용 저가 프로세서 칩을 공략하는데, TSMC의 CEO는 이 부문 과잉생산이 자사 이익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걱정한다는 설명이다. TSMC 4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 매출의 25%는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의 옛 공정에서 나온다.

밀러 교수는 “가장 비관적인 분석가는 중국의 태양광 패널 투자를 예로 든다”라며 “일부 무역 변호사나 얘기하던 과잉 생산 주제가 이제 주요 7개국(G7) 정책 논의의 최고 수준에서 다뤄진다”고 적었다. 중국 업체의 저가 태양광 패널 공세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패널값은 25% 이상 급락했고, 유럽 태양광 업체가 줄 파산했다. 밀러 교수는 “중국산 칩 덤핑 사태에 미국은 안보 측면, EU는 무역 공정거래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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