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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 떨어진 합천 분지에 ‘우주인 훈련센터’ 유치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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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경남 합천 운석충돌구. [사진 합천군]

경남 합천 운석충돌구. [사진 합천군]

경남 합천군 초계·적중면에는 두 지역에 걸친 지름 7㎞의 분지가 있다. 크고 작은 산들에 둘러싸인 중심부가 넓게 움푹 파인 지형이다. 높이 591m 대암산에서 바라보면 그릇 모양의 거대한 구덩이다. 합천 운석충돌구인 ‘적중·초계분지’ 얘기다.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Impact Crater)로 동아시아에선 중국 슈엔 운석충돌구에 이어 두 번째다.

29일 합천군에 따르면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연구 결과 합천 운석충돌구는 약 5만년 전 지름 200m 크기 운석이 떨어지면서 생겼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수만 배’에 달하는 운석 충돌 에너지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충격파로 뜯기고 밀려난 바위들이 구덩이 가장자리를 둘러싼 높은 산지가 됐다. 지질연구원이 분지 곳곳을 시추(試錐)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확실한 운석 충돌 증거물인 ‘충격원뿔암’도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지질학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에도 실렸다.

오는 5월 경남 사천에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면서 합천 운석충돌구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달 표면 크레이터처럼 운석충돌구는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강국 도약’에 이바지할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최근 경남연구원 김진형 연구위원·이은영 전문위원은 ‘합천운석충돌구 관광개발의 국책사업화 필요성과 전략사업 제안’이란 제목의 정책브리프(G-BRIEF)를 통해 ‘우주인 훈련센터(가칭) 유치’를 제안했다. 합천군도 이를 중장기 과제로 세우고 있다. 약 426억원의 예산을 들여 5000㎡ 규모의 국립우주과학관과 우주인 훈련센터 시설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 미티오 크레이터. [사진 미티오 크레이터 홈페이지]

미국 미티오 크레이터. [사진 미티오 크레이터 홈페이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도 달에 가기 전 훈련했던 장소가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미티오 크레이터’였다. 약 5만 년 전 북애리조나 사막에 형성된 지름 1.2㎞ 크기 운석충돌구다. 현재도 나사가 우주인 훈련이나 우주복 성능을 실험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독일 서부 뇌르퇼링겐 등 5개 구역에 걸친 면적 1749㎢의 ‘리스 크레이터’에서도 1970년 아폴로 14호 우주인들이 운석충돌구 내 다양한 형태의 바위·돌·지형을 활용한 달 표면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 목표를 세웠다.

운석충돌구는 관광 자원으로도 인기다. 미티오 크레이터엔 연간 25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우주 과학 콘텐트를 전시한 ‘디스커버리센터&스페이스 뮤지엄’ 등 여러 관광 시설을 구축, 입장료로 연간 550만 달러(약 73억원) 수익을 낸다. 김진형 연구위원은 “합천 운석충돌구는 학술 연구와 산업, 관광 등에 소중한 자산”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천군은 우선 세계지질 테마공원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2025년까지 홍보·교육·전시·체험 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인 거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운석 충돌 흔적이 잘 드러나는 ‘지오사이트(GeoSite·지질학적 유의미한 장소)’ 4곳도 개발, 탐방객에게 볼거리와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주변 산을 종주할 수 있는 탐방로(34㎞)도 정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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