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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몰표 준 '약속의 땅' 돌아서나…트럼프도 올인하는 이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시 되는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시 되는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반개방형 예비경선)가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면서 11월 미국 대선은 두 사람의 재대결 구도가 유력시된다. 당초 양당 16개 주(州) 예비경선이 일제히 치러지는 3월 5일 ‘수퍼 화요일’에 후보 윤곽이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것보다 빠른 전개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달 치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민주당 2월 3일, 공화당 2월 24일)에 '올인'을 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대선 후보 확정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이들 두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힘을 쏟는 이유는 대선 본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 지역 표심이 남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바이든, 흑인 유권자 표심 회복할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 컬럼비아의 한 침례교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 컬럼비아의 한 침례교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며 적신호가 켜진 흑인 표심을 다시 결집시키는 모멘텀을 확보하느냐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미 전체 평균의 약 두 배인 26%를 점하는 흑인 유권자 대다수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그런 사우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2020년 민주당 1차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 4위, 2차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5위, 3차 경선 네바다 코커스 2위에 각각 그쳤던 바이든 대통령은 네 번째 경선 무대였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8.65%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1위에 올라 해당 주에 할당된 대의원 54명 중 39명을 가져갔다.  흑인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킹메이커’로 불릴 만큼 지역 사회에 영향력이 큰 짐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부대표(16선)가 당시 바이든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이 지역 흑인 유권자의 몰표가 쏟아진 덕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승리했고 본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꺾으며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모금 행사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인 유권자 층에서 표 이탈이 감지되면서 바이든 선거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50%에 그쳤다. 2021년 7월 같은 조사 때 흑인의 지지율이 8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돌아선 흑인 유권자 등 전통적 지지층 표심을 다시 붙드는 계기로 만든다는 전략에 따라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컬럼비아의 한 침례교회를 찾아 “우리는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성경은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씀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를 방문해 “백인우월주의는 독”이라고 말하며 흑인 유권자들에 구애하기도 했다. 내달 3일 치르는 민주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낙승이 예상되지만 흑인 표심을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대선 본선을 앞두고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트럼프, 헤일리 누르고 본선 집중할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승리를 확정지은 뒤 가진 행사에서 팀 스콧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뒤로 한 채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승리를 확정지은 뒤 가진 행사에서 팀 스콧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뒤로 한 채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는 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압승을 거둬 일찌감치 대선 본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전당대회), 23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대승에 이은 3연속 승리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이곳에서 쐐기를 박으면 헤일리가 더는 경선 레이스를 이어갈 힘을 잃고 후보직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거란 계산에서다.

헤일리 전 주지사 측은 레이스 중도 하차는 없다며 여전히 전의를 다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헤일리 전 주지사를 지원하는 수퍼 팩(PACㆍ정치활동위원회) ‘SFA 펀드’의 수석전략가 마크 해리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전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며 3월 수퍼 화요일에도 헤일리를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선거 캠프는 뉴햄프셔 경선 투표가 마무리된 지 48시간 만에 26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한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28일 NBC 방송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인도계 출생 배경을 거론하며 자격 시비를 제기하는 트럼프를 향해 “불안하다고 느낄 때 그는 격분하기 시작한다”며 날 선 공격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역 판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어 있다. 여론조사업체 타이슨그룹이 지난 24~26일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58%)은 헤일리 전 주지사(31%)를 2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최근 여론조사 32개를 종합해 집계한 평균치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28일 기준 60.4%로 헤일리 전 주지사(29.2%)보다 배 이상 높았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지역구를 둔 팀 스콧 의원을 앞세워 흑인 유권자 표심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이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군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헤일리의 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가 필요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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