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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시켜 서서히 죽인다"…5300억짜리 '잔혹 경기' 재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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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아쿨코에서 투우 시연하는 멕시코 투우사. A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쿨코에서 투우 시연하는 멕시코 투우사. AP=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큰 투우장으로 꼽히는 멕시코시티의 플라사 멕시코(Plaza Mexico)에서 투우 경기가 재개됐다. 법원 판결로 경기를 중단한 지 20개월여 만이다.

플라사 멕시코는 28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출신 이 나라 유명 투우사(마타도르·Matador) 호셀리토 아다메(34)와 589㎏ 무게의 황소 '아세이투노' 대결을 시작으로 투우 여섯 경기를 열었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투우 경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펼쳐졌다. 직전 마지막 경기는 2022년 5월 15일에 진행됐다. 앞서 1심 법원은 2022년 6월 투우 금지 운동을 벌이는 사회단체 '후스티시아 후스타'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사람이 사나운 소를 상대하는 경기인 투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이들의 식민지였던 중남미 지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투우장인 플라사 멕시코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등 시위대가 투우 재개에 항의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투우장인 플라사 멕시코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등 시위대가 투우 재개에 항의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잔혹성을 이유로 그동안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소를 일부러 흥분시킨 뒤 서서히 죽이는 방식은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지속해 나오면서다. 이날도 동물보호단체 등 시위대가 투우 재개에 항의하며 플라사 멕시코 주변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 때문에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지에선 투우 경기를 볼 수 없게 됐다. 멕시코 내에서도 시날로아, 코아우일라, 킨타나로오, 과달라하라 등지에서 퇴출당했다.

반면 목장주와 관련 사업가, 팬들은 "과도한 권리 침해"라며 투우 금지에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 현지 매체는 투우 관련 산업 연간 매출액은 68억 페소(5300억원 상당)에 달한다고 전했다.

사회적 갈등 조짐에 멕시코 정부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대법원판결 이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국민투표를 통해 멕시코시티에서 투우를 허용할지를 함께 결정해 보자"고 말했다.

공식 명칭이 멕시코시티 투우 기념광장인 플라사 멕시코는 좌석만 4만2000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 투우장이다. 이곳은 1946년 2월 5일에 공식 개장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라스 벤타스 투우장, 세비야 마에스트란사 투우장과 더불어 세계 3대 투우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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