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신도에게 암호화폐를 팔아 수십억원 규모의 돈을 가로챈 미국의 한 목사를 규제 당국이 적발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증권 규제국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증권법상 사기 방지, 라이선스·등록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엘리오·케이틀린 레갈라도 부부와 이들이 설립한 INDX코인 유한회사에 민사 사기 소송을 제기했다.
목사인 엘리오 레갈라도는 지난해 4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몇 달간의 기도 끝에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하나님의 부 이전(God's wealth transfer)을 위한 레일을 설치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인덱스(INDX) 코인’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로고와 암호화폐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레갈라도 부부는 ‘킹덤 웰스 거래소’라는 가상화폐 거래소까지 직접 설립하고 여기서 신도가 INDX 코인을 사도록 했다.
콜로라도 증권 규제국은 이들이 약 10개월간 300여명에게서 투자금 320만 달러(약 42억8000만원)를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했다.
당국은 “이들이 만든 INDX 코인은 유동성이 없고 사실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투자자는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레갈라도 부부는 투자금 상당액을 탕진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했다.
이들은 비싼 자동차와 보석을 사들이고, 호화로운 여행을 하거나 집을 리모델링하는 데 130만 달러(약 17억3875만원)를 썼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엘리오 레갈라도는 피소된 뒤 게시한 동영상에서 “케이틀린(부인)과 내가 130만 달러를 챙겼다는 혐의가 있는데, 나는 이 자리에 나와서 그 혐의가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라고 말씀하신 집 리모델링에 몇십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들었거나 하나님이 아직 이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실 것”이라며 “우리가 기도하고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기적을 행하실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증권감독관 퉁 챈은 “레갈라도가 자신의 기독교 커뮤니티의 신뢰와 믿음을 이용해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를 판매하면서 이들에게 터무니없는 부를 약속했다”며 “새로운 코인과 거래소는 오픈소스 코드로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