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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한국판 NASA' 인재 찾아라"…美·佛·유럽 우주국까지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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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판 ‘나사’(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에서 일할 인재 등을 스카우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 파견단이 최근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유럽 우주항공국(ESA),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등을 연쇄 방문했다. 첨단 우주 기술 시장을 선도할 컨트롤타워로서 우주청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 확보가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1월 9일)한 직후 참모진에게 ‘전 세계 우주항공국을 직접 방문해 운영 시스템을 알아보고, 필요한 인재를 찾아보라’고 특명을 내렸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중심으로 파견단을 꾸려 지난 19일 유럽 우주항공국(ESA),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등을 찾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 나사와 나사의 연구센터인 제트추진연구소(JPL), 백악관 우주위원회(NSpC) 등을 방문했다.

특히 지난 23일 팸 멜로이(Pam Melroy) 나사 부국장을 만난 자리에선 한국이 강점을 지닌 모빌리티와 2차전지, 5G, 자율주행, 원자력 기술 등을 우주탐사에 적용해 월면차(Lunar Roving Vehicle·달 표면에서 탐사 작업을 할 수 있는 차량) , 달 통신망 구축 등을 협력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나사가 특정 국가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인력교류 및 공동 연구방안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시설물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시설물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관계자는 “면담 자리에선 아르테미스 달 탐사 협력에 대해서도 매우 긴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아르테미스는 1972년 아폴로 17호 뒤 50여 년 만에 재개하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로, 2026년 이후 달에 지속가능한 유인 기지를 건설하려는 게 목표다. 양국은 2022년 발사된 달 탐사선 ‘다누리’ 교신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심우주 안테나와 나사의 심우주 안테나를 활용하는 등 이미 협력한 사례가 있다. 이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까지 이어가 한·미 간 우주 협력 시대를 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가 과학기술 협력 수준을 넘어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가치를 창출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며 “월면차의 경우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국타이어 등 20여개 기업이 동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 파견단은 백악관 우주위원회 인사도 비공개로 접촉했다. 당시 면담 내용에 대해 잘 아는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른 한·미 간 대형 프로젝트 계획도 있지만, 미국과의 신뢰 문제 등 국익과 직결되는 전략산업이라 지금 당장은 오픈이 불가하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빈방문 당시 고다드 우주협력센터에서 미국 우주위원회 위원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양국이 파트너로서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인력교류 및 정보·지식 교류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25일 오후 (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방문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25일 오후 (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방문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인 인재 채용 움직임도 감지된다. 파견단이 지난 24일 나사의 연구센터인 제트추진연구소(JPL)을 방문해 한인 연구자 20여명을 따로 만난 게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주항공청의 운영방향, 근무조건, 연봉 등에 대해 질의·응답이 이뤄졌다”며 “일부 참석자는 ‘어떤 형태로든 우주항공청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우주청 특별법에 따르면 우주청장 외 임직원은 외국인이나 이중국적자도 임용이 가능하다. 보수 상한선도 없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보다 월급 많은 공무원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파견단은 미국에 앞서 프랑스도 방문했다. 지난 19일 프랑스 소재 유럽우주국을 찾아서는 금성·달 탐사, 국제우주정거장 화물수송 미션 등 우주 프로그램 참여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프랑스 국립우주센터에선 한국·프랑스 우주 공동자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우주발사체(Diamant-A) 발사에 성공(1965년)한 항공우주 강국이다.

우주항공청 설치는 윤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으로, 해당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를 통과하자 윤 대통령은 직접 “우주 강국 도약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는 별도 입장을 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의 나사를 떠오르게 하는 우주청 설립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초대 우주청장 인선을 비롯한 인적 구성원의 면면과 세부 조직 구성 등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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