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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역동성 회복, 이번엔 진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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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이번은 다르다.

일본 경제는 수십년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상태에 갇혀 있었다. 마침내 역동성을 되찾기 위한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정태적 균형을 깬 것은 정부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가 아니라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이다.

재능 있는 젊은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특히 높아졌다. 일본에서 가장 보편적인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종신고용이다. 젊은 근로자들은 장기적인 직업 안정성을 얻는 대신, 낮은 임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노동력 부족은 보다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옮겨가며 더 높은 임금을 받도록 고무하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조차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연공서열 임금체계에서 성과급 임금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하는 중이다.

이직률 상승은 더 빠른 임금 상승과 더 효율적인 노동 배분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을 낳는다. 기업이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하려면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고임금을 위해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기업들에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최근 기업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수입물가 상승을 견뎌냈다. 이들은 이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구조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낮은 수익성을 개선할 여지가 아직 많다. 인수합병(M&A)이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더 많은 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용하지 않은 과잉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 레버리지를 높이는 것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일본의 좀비 기업들은 극도로 낮은 이자율 환경과 정부의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 정책에 힘입어 간신히 버티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수익성 없는 좀비 기업들의 퇴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좀비 기업들의 퇴출은 평균 생산성을 높이고 소중한 노동력 자원을 더 생산적인 기업들에 배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 시장은 일본 경제에 대한 ‘가짜 희소식’으로 수차례 실망을 겪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는 진짜다. 다만, 일본에서 변화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