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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하다 손담비 의자춤 만들고 ‘포스트 BTS’ 세븐틴까지 키웠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플레디스의 첫 대상가수 세븐틴.

플레디스의 첫 대상가수 세븐틴.

그룹 세븐틴은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38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음반 대상을 받았다. 데뷔 9년 만이다. 세븐틴은 ‘포스트 BTS(방탄소년단)’로 꼽힌다. 일본 5대 돔 투어 공연(12회)에서 51만여 관객을 모았다. 미니 10집 ‘FML’은 K팝 음반 판매량 역대 최다인 554만6930장(써클차트 기준)이 팔렸다. K팝 그룹 최초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하고 공연했다.

데뷔 초 세븐틴은 “멤버가 많아 밥값이나 벌겠냐”는 소리를 들었던 가요계 별종이었다. 멤버가 13명인 데다, 그 안에 세 팀(보컬·퍼포먼스·힙합 팀)을 두고 파트별로 자체 제작하는 등 대형기획사도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을 했다. 이는 한성수 마스터프로페셔널(MP,플레디스 창업자·52)의 결정이었다. 미국 ‘뮤직 비즈니스 월드와이드’는 그를 ‘월드 리더’로 조명하기도 했다.

플레디스 창립자 한성수 마스터프로페셔널(MP).

플레디스 창립자 한성수 마스터프로페셔널(MP).

한MP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서른에 돌연 SM엔터테인먼트에 취직했다. 2007년 플레디스를 설립한 이후 행보도 남달랐다. 손담비의 의자 춤을 직접 만들었고, 걸그룹 애프터스쿨에 ‘멤버의 입학과 졸업’ 시스템을 도입했다.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캬라멜은 B급 감성으로 ‘대박’을 쳤다. 이후에도 역주행으로 차트 1위에 오른 한동근, 10년 차에 재조명받은 뉴이스트, 그리고 세븐틴과 유닛 부석순까지, 한MP의 성공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MP는 지난 22일에는 자신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보이그룹 투어스(TWS)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2020년 플레디스가 하이브 레이블로 편입된 이후, 한MP는 경영보다 제작자 일에 집중한다. 25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한MP가 제작한 그룹 투어스.

한MP가 제작한 그룹 투어스.

세븐틴이 대상을 받을 때 기분은.
“9년 차여서 더 뿌듯하고 의미 깊었다. 멤버들 서로의 돈독함이나,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 같은 게 강해지고 있다.”
일본 5대 돔 투어는 일본인 멤버 없이 이뤄낸 성과다.
“지역을 대표하는 멤버가 있다고 그 지역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세븐틴은 멤버 수(13명) 자체가 모험이었다.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해 누가 봐도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연습을 시켰다. 그랬기에 4시간 공연을 소화하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팀이 됐다.”
세븐틴은 다국적 멤버 전원과 재계약에 성공한 첫 사례인데.
“인원이 많다 보니 멤버 간 이견 조율에 더 힘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계속 상기시켰다. 이런 생각이 팀에 내재화한 것 같다.”
무용가 출신인 한MP가 직접 만든 손담비 ‘미쳤어’의 의자 춤. [사진 플레디스]

무용가 출신인 한MP가 직접 만든 손담비 ‘미쳤어’의 의자 춤. [사진 플레디스]

남녀 솔로·그룹·유닛을 모두 1위에 올렸다. 안목이 남다른데.
“상황과 트렌드에 맞춰 기회를 잡고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게 통했다. 지금도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안목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회사에서 기획한 콘셉트나 음악을 ‘입을’ 사람보다는 고유한 매력을 가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을 찾으려 한다.”
하이브 편입 후에 달라진 건.
“콘텐트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등 업무 환경은 좋아졌다. K팝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번에 좋아하게 만들 만능키 전략은 없을 것이다. 콘텐트의 완성도, 아티스트의 성실함과 실력이 중요하다.”
요즘 시대에 맞는 프로듀서는.
“K팝 소비자의 본질을 이해하고, 소비자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지금은 마이너한 시도라도 과감히 진행하는 결단력도 지녀야 한다. 소수가 외면받기보다 오히려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인 만큼, 색다른 형식으로 메이저 시장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개척자가 그런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지금도 안무 지도는 계속하나.
“큰 틀에서 디렉션을 주는 정도다. 성장한 멤버들에게 세세한 디렉션을 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습실이나 촬영 현장에 잘 가지 않는데, ‘손오공’(지난해 4월 발표곡) 때는 직접 가서 많이 이야기했다.”
그룹 투어스는 자신의 철학에 부합하는 팀인가.
“자연스러운, 가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멤버들과 나눴다. 투어스는 ‘바로 지금’을 반영하는 팀이다. 평가 과정 영상 공개로 데뷔했다. 경쟁은 치열해도 함께하는 것의 행복은 변하지 않는다. 그게 요즘 아이들이 경쟁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거라 생각했고, 투어스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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