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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설단체장들, 업계 최악인데…건설사 돈받아 '묻지마 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건설협회,건설공제조합 등의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빌딩. 함종선 기자

대한건설협회,건설공제조합 등의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빌딩. 함종선 기자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등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 소속 10개 건설 유관단체 단체장들이 지난 18일 10박 11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떠났다.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출장 목적은 '해외 건설산업 시찰'이다. 하지만 상당수 단체장은 각 소속 단체에 구체적인 출장 지역, 시찰 업체 등 출장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 업계에선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장들이 회원사들이 낸 돈으로 이런 '비공개' 해외 출장을 떠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출장을 주최한 건단연은 건설단체 간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한 단체다. 대한건설협회·건설공제조합·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엔지니어링공제조합·해외건설협회·대한건설기계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한국엔지니어링협회·해외건설협회·한국건설기술인협회·대한건축사협회·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한국골제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16개 단체가 회원사다.

지난해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한 30개 건설사 결의대회에서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한 30개 건설사 결의대회에서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건단연 회장은 대한건설협회 회장인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이 맡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국내 1만2000여개 건설사를 회원사로 둔 건설업계 최대 단체다. 이번 출장 비용 중 항공료는 각 소속 단체가 냈다. 인천에서 LA까지 왕복 비즈니스석으로 금액은 690만원이다. 이외 호텔비, 식사비, 골프라운딩비 등의 모든 비용은 건단연이 부담했다. 건단연은 각 소속 단체가 낸 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각 단체가 출장비 전액을 댄 셈이다. 회원사들은 건단연에 1년 회비로 많게는 1억원(대한건설협회)까지 낸다.

건설회관에 있는 건단연 사무실. 25일 방문한 이 사무실에는 여직원 한 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함종선 기자

건설회관에 있는 건단연 사무실. 25일 방문한 이 사무실에는 여직원 한 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함종선 기자

구체적인 출장 일정과 관련해 한 유관단체 관계자는 “출장 일정은 건단연이 참석 단체장들에 개인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체장이 출장 일정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비용 처리 역시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건설 유관단체 관계자는 “호텔비, 식사비, 현지 교통비 등 단체장 출장 때 지급하게 돼 있는 ‘출장 일비’를 규정대로 단체장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런 경비는 건단연이 냈다고 했는데, 소속 단체는 이런 내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단체장 개인에게 출장비를 따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16개 단체장 중 한국주택협회 윤영준 회장,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김승배 회장, 해외건설협회 박선호 회장 등은 출장을 가지 않았고, 회장 선거 중인 대한건축사협회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단체 출장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업계가 자칫 도미노 부실에 빠질 수 있는 위기 속에 각계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단체장들은 '묻지마 출장'을 나선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수 건단연 회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부동산 PF 위기, 공사비 급등, 금리 상승 등으로 건설 업계가 4중고를 겪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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