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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빙설, 따뜻한 우정…한∙중 마음 녹인 작은 '핀'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세에 참가한 첫 올림픽 무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강원도에서 열리고 있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 올림픽대회'(이하 동계청소년 올림픽)에 참가한 중국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장신저(張心喆)의 얘기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경기장 밖에서 확인한 '국적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우정'이 그것이다.

모든 것은 '핀 배지' 선물에서 시작됐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氷墩墩)'이 그려진 핀배지. (사진/신화통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氷墩墩)'이 그려진 핀배지. (사진/신화통신)

중국 선수의 '핀 배지' 선물

'탁월∙존중∙우정'으로 대표되는 올림픽 가치를 담고 있는 배지는 올림픽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자 소통과 교류의 교량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강릉 동계청소년 올림픽 선수촌의 'Athletic 365' 센터는 장신저를 비롯한 선수들이 매일 찾는 '필수 코스'가 됐다. 참가 선수들은 이곳에 모여 문화 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친구를 사귀며 서로 배지를 교환한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참가 선수들이 선수촌의 'Athletic 365' 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제공)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참가 선수들이 선수촌의 'Athletic 365' 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제공)

장신저와 동료 선수들은 지난 20일 'Athletic 365' 센터에서 가상현실(VR) 체험 활동에 참여했다.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한국 자원봉사자 3명이 장신저를 찾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冰墩墩)'이 그려진 핀 배지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신저에게는 배지가 2개밖에 없었다. 장신저는 자원봉사자 3명에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핀을 가질 사람을 뽑자고 제안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자원봉사자 임여정은 핀 배지를 얻지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 해야 했다.

장신저는 그의 실망한 표정을 보고 동료 선수인 리진쯔(李金恣)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에게 나중에 갚기로 하고 배지 하나를 빌렸다. 임여정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됐다.

"장신저와 그의 친구(리진쯔)가 웃으며 달려와 나에게 손을 내밀며 핀 배지가 있다고 말했어요." 임여정은 그 순간을 회상하며 기쁨을 금치 못했다.

한국 자원봉사자 임여정이 장신저(張心喆)에게 선물 받은 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한국 자원봉사자 임여정이 장신저(張心喆)에게 선물 받은 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그는 사자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을 항상 중심으로 두고 생활한다면서 이번에 핀 선물을 받은 것이 '새옹지마'를 경험한 것 같아 무척 신기했다고 밝혔다.

한국 자원봉사자의 손편지

21일 장신저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천m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날 은메달을 딴 후 두 번째 메달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Athletic 365' 센터를 지나는 장신저를 누군가 불러 세웠다. 임여정이었다. 그는 장신저에게 금메달 획득을 축하한다며 편지를 건넸다

장신저(가운데)와 동료 선수 장바이하오(張柏浩 왼쪽)가 지난 21일 치러진 남자 1천m 경기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장신저(가운데)와 동료 선수 장바이하오(張柏浩 왼쪽)가 지난 21일 치러진 남자 1천m 경기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장신저는 "임여정이 축하하러 특별히 찾아와 감사편지까지 줄지 몰랐다"면서 "그 순간 정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편지는 반듯한 글씨로 중국어로 된 손편지였다고 덧붙였다.

임여정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일이 이번 올림픽(동계청소년 올림픽)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면서 장신저에게 핀 선물을 받아 기쁘고 감동해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지만 몇 년 전이라 중국어로 편지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먼저 휴대전화에 한국어로 편지 내용을 입력한 후 번역기로 번역한 중국어를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베껴 적었다고 설명했다.

임여정의 업무는 주로 참가 선수들이 긍정적이고 건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그들의 충만한 열정과 에너지가 나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8일 강원도 동계청소년올림픽 선수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8일 강원도 동계청소년올림픽 선수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세계 젊은이들의 인연

고(故)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종신 명예 위원장은 "올림픽 배지는 작지만, 그 안에 기록된 것은 우정이고 역사"라면서 "배지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임여정은 장신저에게 건넨 편지에 "다음 올림픽에서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고 적었다. 그는 마음속 깊이 중국 핀과 동계청소년 올림픽 선수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간직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장신저는 "우리는 이미 소셜미디어(SNS)에서 서로를 팔로우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올림픽 대회에서 또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벨라도임여정과 그의 동료들이 세계 다른 곳에서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기를 바랄 것이다.
장신저는 "우리는 이미 소셜미디어(SNS)에서 서로를 팔로우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올림픽 대회에서 또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벨라도임여정과 그의 동료들이 세계 다른 곳에서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기를 바랄 것이다.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천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선수 장신저(가운데), 은메달을 목에 건 튀르키예 선수 무하메드 보즈다그(왼쪽), 동메달을 딴 일본 선수 라이토 키다가 지난 21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천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선수 장신저(가운데), 은메달을 목에 건 튀르키예 선수 무하메드 보즈다그(왼쪽), 동메달을 딴 일본 선수 라이토 키다가 지난 21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국가 간 교류는 국민이 친해야 하고 국민이 친해지려면 마음이 통해야 한다.

핀 배지 선물, 셀카 사진, 열정의 하이파이브와 포옹, 응원의 함성…. 동계청소년 올림픽 무대에서는 순간마다 '탁월∙존중∙우정'의 올림픽 가치가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동계청소년 올림픽은 참가한 젊은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빛을 발하는 광활한 '우주'와 같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향한 여정에서 자신을 불태워 자신만의 빛을 내뿜으며 다른 이들을 밝게 비추고 함께 찬란하게 빛나는 은하수가 된다. 동계청소년 올림픽의 슬로건 '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Grow Together, Shine Forever)'처럼 말이다.

핀 배지 선물과 손편지, 감동 스토리가 차가운 얼음과 눈을 녹이고 중국과 한국, 더 나아가 세계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출처: 신화통신
편집: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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