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주택자 승진 취소한 이재명 경기도…대법 "부당" 파기환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2020년 7월 경기도 고위공무원들에게 "1주택만 남기고 다 팔라"고 주문했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밝히고 있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2020년 7월 경기도 고위공무원들에게 "1주택만 남기고 다 팔라"고 주문했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밝히고 있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가 다주택 신고를 하지 않았단 이유로 공무원 승진을 취소시킨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경기도 공무원 A씨가 낸 강등처분취소 사건을 원고승소 취지로 수원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다주택 경기도 5급 공무원, 거짓 답변했다 ‘강등’

이 사건은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드라이브를 걸던 2020년에 벌어졌다. 2020년 12월 4급 승진임용대상자였던 A씨는 경기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주택보유조사에서 ‘자녀 명의 1채, 매각 진행 중 1채’를 가지고 있다고 적어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4급 이상은 실거주 외 주택은 다 팔라’고 했고, ‘주택처분권고를 거부할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해 사실상 승진에서 제외한다’고도 했던 때였다. 심사 끝에 A씨는 2021년 2월 4급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사실 A씨는 오피스텔 분양권 2개를 더 가지고 있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경기도가 지방공무원법 48조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 처분 징계 의결을 했다. 진급한 지 6개월만에 다시 5급으로 강등된 A씨는 ‘강등 처분이 위법하니 취소해달라’며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 “다주택자 조사 근거 없어, 거짓 답변해도 위법 아냐”

1심과 2심은 모두 ‘징계 자체는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강등 처분이 과한지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 1심에선 “강등처분은 과도하다”며 A씨가 이겼고, 2심에선 “주택보유현황을 거짓으로 진술해 인사의 공정성을 해친 것으로 비위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경기도 공무원에 대한 주택보유조사에 법령상 근거가 없고, 주택보유현황이 직무수행능력과 직접 관련된 요소라고 볼 수도 없어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공무원법 위반은 아니다”는 것이다. 또 “직무수행능력과 관련없는 주택보유조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이를 승진임용과정에 반영하고 불이익 처분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다주택자 승진 배제’는 경기도지사 재량? 대법 “부당”

2심에선 ‘경기도지사에게는 지방공무원의 승진임용에 관해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 ‘경기도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를 해소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도민 신뢰를 확보하고자 주택보유현황을 인사자료로 활용했다’며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넘어서지 않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강등처분도 재량권 일탈 내지는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4급 승진후보자(5급 이하)들에게는 다주택 해소를 권하지도 않았고, 다주택이라는 이유로 모두 승진에서 배제하는 건 적법한 징계사유가 아니며 징계처분의 수위도 재량권 일탈”이라는 이유에서다. 징계의 근거가 된 지방공무원법 38조(승진)는 2~4급을 1~3급으로 승진시킬 때 적용되는 법령인데,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A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2심 재판부는 ‘다주택자 신고를 제대로 하고 승진탈락한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을 이유로 A씨에 대한 강등이 타당하다고 봤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주택 신고한 35명이 모두 승진하지 못한 것은 그 자체로 승진심사 과정이 부당함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정”이라며 “형평을 이유로 강등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