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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입구 50짜리 20에" 2000만원 투자한 메타버스 부동산 결국

중앙일보

입력

메타버스의 대표주자 더샌드박스의 한 장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홈페이지 캡처]

메타버스의 대표주자 더샌드박스의 한 장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홈페이지 캡처]

“망원시장, 디지털미디어시티, 성수역, 건대입구 지역 타일을 구매하면 50만원 짜리를 20만원에 구매하는 효과를 보는 겁니다. 대학이름과 역이름이 있는 타일은 가치가 있습니다.”

30대 회사원 A씨는 유튜브에서 코스닥에 상장된 B사가 만든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홍보 영상을 보고 2022년 7월부터 총 2000만원 가량의 ‘타일’을 구매했다. 타일은 B사가 서울의 땅을 약 2000평씩 7만77개로 분할한 가상의 부동산 단위다. A씨는 타일을 구매하면 가상화폐를 지급하겠다는 B사 약속도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2024년 1월 현재까지도 B사가 약속한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이 공개되지 않았다. A씨 등 투자자 7명은 결국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B사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2022년 말에 앱을 출시하고 추후 광고수익도 나눠주겠다고 했지만 어떤 약속도 실현되지 않았다”며 허탈해했다. B사는 “로드맵대로 계획이 진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용자분들께 사과드린다”면서도 “제품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붐이 지나가고 난 자리...투자자들의 고소·고발만  

메타버스 붐이 한창이던 2021~2022년 투자자들을 모집했던 메타버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사기 혐의로 줄줄이 고소를 당하고 있다. 업체들은 “상황상 서비스 개발이 미뤄지거나 취소됐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애초에 개발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경찰서도 메타버스 부동산의 가상 토지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블록체인·메타버스업체 C사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2021년 9월부터 ‘구글어스를 축소한 땅을 판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지만 현재 폐업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4만 5000명에 이르고, 억대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메타버스 부동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이미 예견된 거나 다름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은 “오프라인 부동산 자원처럼 희소성이 있는 자원도 아닌데 그걸 분양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게임업계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분기점이 200만 유저인데, 그정도 고객을 확보도 해놓지 않고 수익을 약속한다는 건 피라미드 사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애초부터 게임업계에서는 메타버스의 비즈니스가 새로울 것이 없다고 봤는데, NFT와 손잡고 지나치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게 지금의 문제를 불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성장 트랜드만 보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기대만큼 기술 구현이 안 되고 수익 모델이 없을 때는 이같은 투자 실패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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