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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조7000억 일감 따냈다…암모니아 운반선에 웃는 'K조선'

중앙일보

입력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관계자들. 사진 HD현대중공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관계자들. 사진 HD현대중공

한국 조선업계가 암모니아 운반선(VLAC) 일감을 연이어 따내며 활기를 띠고 있다.올해 초 따낸 수주 금액만 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지 않고 연소되는 특성 덕에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암모니아의 수요가 늘면서 운반선 제작도 활발해진 영향이다.

HD현대 계열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에만 11척의 VLAC 수주 계약을 마쳤다. 오세아니아·중남미 등에 있는 해운사들이 배를 발주했다. 한 척당 평균 가격은 1700억원 정도. 2028년 6월까지 일감이 쌓였다.

한화오션은 이달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VLAC 2척을 3312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최근 두 달 동안의 VLAC 수주 건수만 7척이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오세아니아권에서 VLAC 2척을 수주했다.

사업 75%가 한국 몫

암모니아는 화장실 악취의 주 원인이지만, 각종 국제협약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국가·기업 입장에선 친환경 연료로 손꼽힌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NH3)이어서 산소와 결합해도, 즉 불을 붙여도 이론적으로 CO2가 나오지 않는다. 현재 국내 기술로도 암모니아를 연료로 한 최고시속 80㎞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 암모니아는 발전용 연료, 비료, 에어컨 냉매, LCD 패널 제조에도 쓰인다.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받는 수소를 뽑아내기 위한 원료로 암모니아가 쓰이기도 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다만 냄새에서 알 수 있듯 독성이 있고 다른 물체를 부식시키기도 한다. 또 액화석유가스(LPG) 등 기존 연료보다 팽창하려는 기운이 강하다. 그만큼 암모니아를 운반하기 위해선 더 크고 밀폐력이 좋은 탱크를 만드는 게 경쟁력이다. 업계에선 한국 조선사들이 이 분야 기술력을 인정 받아 전 세계 암모니아 운반선 수주량의 75%를 따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미 알려진 기술이라는 점에서 암모니아선 건조 기술만으론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이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스 운반선의 업그레이드 모델이어서 중국 업체들이 금방 따라올 수 있는 분야라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조선업체는 VLAC를 넘어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배(추진선)를 제작하는 데 기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암모니아 추진선용 엔진을 올해 안에 만들겠다는 목표다.

암모니아 vs 메탄올, 친환경 연료 경쟁

2030년까지 선박 운항 탄소배출량을 40% 줄인다(2008년 대비)는 국제해사기구(IMO) 결정에 따라 선박 분야에서도 친환경 연료의 수요는 늘 전망이다. 하지만 선박용 친환경 연료가 암모니아만 있는 게 아니어서 업계는 연료별 포트폴리오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암모니아와 경쟁하는 대표적 연료는 메탄올이다. 제조 과정에서 CO2가 나오는 암모니아와 달리, 메탄올은 공기 중의 CO2를 모아서 만든다는 점에서 친환경 이미지가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것보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기체를 이용해 만드는 암모니아가 세계적으로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메탄올은 또 상온 상태에서 액체라, 기체를 액화시켜야 하는 암모니아보다 운반·보관에 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양경찰의 암모니아 유출 사고 대비 훈련. 연합뉴스

해양경찰의 암모니아 유출 사고 대비 훈련. 연합뉴스

실제 세계 2위인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선을 주로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업계에서 일하는 최병열 기술사는 "메탄올이 암모니아보다 우수하다는 판단보다는, 머스크가 하고 있는 메탄올 연관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연료 자체의 가치보다 이 같은 상업적 요소도 미래 에너지 경쟁에 반영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타 연료에 비해 점화 속도가 늦고 유출됐을 때 초미세먼지로 변환될 수 있는 성질도 암모니아 시장 성장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김대헌 한국선급 연구본부장은 "향후 어떤 미래 연료가 주종이 될지, 적용 기준은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하다"며 "각 산업간 전략적 공동대응과 촘촘한 탈 탄소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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