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순서에 따른 프리미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22일,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4·10 총선의 정당 기호는 후보 등록 마감일(3월 22일) 기준으로 정해진다. 의석수가 많을수록 앞 번호를 받는다. 현재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6석을 가진 원내 3당인 정의당이 기호 3번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의당의 3번 사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3번 프리미엄 효과’를 노린 신당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6석 사수’ 정의당
제3지대 신당으로 당직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정의당은 의석수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도부는 ‘새로운 선택’ 합류를 공식화한 류호정 전 의원에게 ‘해당 행위 징계’ 카드를 쓰며 비례대표 승계 시한인 오는 30일 이전에 자진 탈당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버티던 류 전 의원은 결국 지난 24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도 사직서를 제출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 사직안이 가결됐다.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 전에 비례 의석을 승계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였다. 류·이 전 의원의 자리는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어받는다.
‘합종연횡’ 신당
6석 허들을 넘어야 하는 신당들은 통합 절차에 들어갔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은 지난 24일 “우리는 서로의 비전과 가치에 동의한다”며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원욱·조응천·김종민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도 이르면 다음달 3일 공동 창당대회를 연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3지대 입장에서 6석은 높은 산과 같다. 신당에 합류한 현역 의원을 모두 합해봐야 양향자 의원과 이원욱·조응천·김종민 의원 등 4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천 작업이 시작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 의원이 얼마나 더 넘어올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4일 현역 의원 합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희는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다”고만 했다. 미래대연합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6석을 넘기려면 각각 세력을 모아 개혁신당 측과의 2차 합당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래된 공식
기호 3번 쟁탈전은 18대 총선을 앞두고도 치열했다. 2008년 3월 제3지대에 속해 있던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은 기호 앞 순서를 위해 원내 1·2당인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부터 의원 영입에 공을 들였다. 특히 친박연대의 홍사덕 전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영남권 무소속 의원들과 수도권 친박 연대 의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바쁘게 오갔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이 9석을 사수하며 기호 3번을 지켰다. 이후 총선에서 18석을 얻고 원내3당을 한동안 유지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016년 1월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박지원·정동영 전 의원과 함께 현역 의원 20명을 모아 기호 3번을 받고 총선을 치러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창당의 여파로 5석이었던 정의당은 당시 기호 3번을 뺏기고 4번으로 밀려났다.
‘선거제’ 변수도
다만 신당이 6석을 넘겨도 기호 3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로 실시된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의원 꿔주기’를 통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17석)과 더불어시민당(8석)을 만들어 각각 기호 4·5번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준연동형으로 선거를 치르면 위성정당이 3번 차리를 꿰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원내 4당이던 정의당은 이 여파로 또다시 기호 6번으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