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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진 클린스만, 고군분투 손흥민…이게 한국 축구 현주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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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호 11면

클린스만 감독이 25일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알와크라=뉴스1]

클린스만 감독이 25일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알와크라=뉴스1]

감독은 수수방관, 선수는 우왕좌왕, 주장 손흥민만 동분서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습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조별예선 E조 2위(1승2무)로 16강에 올라 31일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천신만고 끝에 예선을 통과했지만 ‘역대 최강 전력’으로 64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FIFA랭킹 23위)의 체면은 심하게 구겨졌다. 지난 25일 예선 최종전에서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130위)에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 3-3으로 비겼다. 한국은 81%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 속에 슈팅 19개, 코너킥 20개를 기록했지만 허술한 수비로 잇따라 골을 허용했다.

‘빈약한 전술’로 비판을 받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열정마저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특유의 미소만 지었다. 가끔 일어서서 경기장 쪽으로 다가갔지만 작전 지시는 하지 않았다. 반면 김판곤 감독은 터치라인 밖에 서서 큰 동작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위치를 잡아줬다. 라인을 넘어 경기장 안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몰입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인터뷰에서 “양 팀 합해 6골이 나온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경기였다”고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해 축구팬의 분노를 샀다.

팀 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특히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골 찬스를 잇달아 놓쳐 비난의 표적이 됐다. ‘연예인병에 걸렸다’ ‘머리 기를 시간에 실력을 길러라’는 독설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네이버 스포츠·연예 기사에는 댓글을 달 수 없는데, 언론사들은 조규성 관련 내용만 ‘사회 기사’로 분류해 올렸고, 기사당 수백 개씩의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감독이 뒷짐을 지고 있고, 선수들은 멘탈이 털리는 가운데 주장 손흥민만 경기장 안팎에서 분주하다. 말레이시아전에서 3-2로 재역전하는 페널티킥을 넣었던 손흥민은 경기 후엔 동료를 지키기 위해 소신 발언을 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에서 선을 넘는 발언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다. 축구선수 이전에 한 인간인데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마음 아프다. 선수들을 좀 흔들지 말고 보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자들과 팬들에게 부탁했다.

16강전부터는 한 번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다. ‘옐로카드 관리’도 부담스럽다. 손흥민·김민재 등 무려 8명이 카드 한 장씩을 받았다. 8강전까지 한 장 더 받으면 다음 경기에 뛸 수 없다.

분위기 반전이 시급한 가운데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부상 중이던 공격수 황희찬과 수비수 김진수가 말레이시아전 후반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조율했다. 사우디와의 역대 전적은 5승8무5패로 팽팽하지만 아시안컵(3무1패)에서는 한국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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