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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밥솥 없어요" 한국인 밥심도 옛말…하루 1.5공기만 먹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인당 쌀 소비량이 역대 최저로 줄었다. 쌀 대신 육류나 빵으로 대체하는 식의 식습관 변화가 이어진 데다 밥솥 없이 즉석밥을 이용하는 가계가 늘어났다는 풀이가 나온다. 엔데믹 영향으로 주류 소비가 늘면서 술을 만들기 위한 주정 제조는 급증했다.

30년 새 반 토막 난 쌀 소비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전년(56.7kg)보다 0.3kg(0.6%) 줄었다. 2019년 처음으로 60kg 아래로 떨어진 이후 매년 사상 최저치 기록을 세우고 있다. 1993년(110.2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30년 사이 쌀 소비량이 반 토막 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지난해 연간 쌀 소비량을 하루로 환산하면 1인당 154.6g을 먹은 꼴이다. 밥 한 공기가 쌀 100g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겨우 ‘한 공기 반’을 먹는 데 그쳤다. 이는 쌀 형태로 집에서 밥을 지어 먹는 게 전제다. 즉석밥이나 외식을 통해 사 먹는 밥은 가계 쌀 소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신혼도 밥솥 대신 햇반

지난해 3월 결혼한 장진영(30)씨는 신혼 1년여가 돼가는 지금까지도 밥솥을 사지 않았다. 집에서 밥을 먹는 일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햇반 등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장씨는 “밥솥으로 1~2인분만 하기 어려워 구매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아이가 생길 때까진 즉석밥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식료품‧음료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 쌀의 양은 81만7122톤으로 전년(69만1422톤)보다 18.2% 늘었다. 이 중에서도 떡‧과자‧도시락‧즉석밥 등 식료품 제조업 쌀 소비량이 51만5894톤을 차지했는데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다. 곡물을 구매해 요리하는 것보다 컵밥 등 가공식품의 형태로 쌀을 소비하는 게 주된 소비 추세로 자리 잡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술 제조용 쌀 소비 62% 증가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시내 한 쌀 판매점. 뉴스1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시내 한 쌀 판매점. 뉴스1

밥 만드는 데 들어가는 쌀 양은 줄었지만, 술을 만드는 데는 전년보다 8만톤가량의 쌀이 더 쓰였다. 특히 에틸알코올을 비롯한 주정 제조업 쌀 소비량은 2022년 12만1775톤에서 지난해 19만7102톤으로 61.9% 증가했다. 이정현 통계청 농어업동향과장은 “일상 회복으로 인해 외식이 늘면서 가구 쌀 소비량은 줄고 소주나 청하 등 주류를 만들기 위한 쌀 소비는 크게 늘었다”며 “쌀 대신 다른 음식으로 끼니를 하는 식습관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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