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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 기운을 손목에 얹다...예술성 극치 이룬 갑진년 '용의 시계' 열전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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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시작됐다. 하늘을 칭하는 10간 중 갑, 땅을 가리키는 십이지 중 진이 만난 해다. 육십 간지 중 41번째로 갑은 푸른색, 용을 의미해 ‘청룡의 해’라 불린다. 사람들은 정초부터 강인한 힘과 번영을 상징하는 용의 기운을 일찌감치 받으려는 모습이다.

중력의 영향을 줄이는 투르비용 케이지 2개 사이로 회전하는 용 모티브를 더한 브레게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 모델. 시계 제작 기술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모델이다. [사진 브레게]

중력의 영향을 줄이는 투르비용 케이지 2개 사이로 회전하는 용 모티브를 더한 브레게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 모델. 시계 제작 기술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모델이다. [사진 브레게]

시계 업계도 용을 담은 제품을 앞다퉈 내놨다. 수억 원에 이르는 고급 손목시계부터 10만원 대 브랜드 스와치 시계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용은 상상 속 모습이긴 하나 강렬한 생김새와 뿔, 비늘, 발톱 등 시계 다이얼에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이 많다. 그래서 십이지 동물을 주제로 한 시계 중 유독 가짓수가 많다. 명예·성공·불멸·행운·고귀함 등 좋은 의미도 품었다. 예전에는 왕처럼 절대권력을 가진 인물을 용에 빗댔다.

장인의 섬세한 손맛이 절대적
지금 소개하는 용 모티브 시계는 메티에 다르(Metierd’Art) 분야에 속한다. 프랑스어 메티에 다르는 한국말로 공예 작업, 공예품으로 풀이된다. ‘숙련된 장인의 손끝으로 완성하는 창작의 경이로움’ 정도로 뜻을 넓힐 수 있다. 장인은 동전 크기만 한 다이얼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조각한다. 어떤 부분은 돋보기로 들여다봐야 그 생김새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다.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제작 과정. 밑그림을 그린 후에 그에 맞춰 끌을 이용해 골드 케이스에 손으로 조각한다. 한치의 실수도 허용할 수 없는 신중한 작업이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제작 과정. 밑그림을 그린 후에 그에 맞춰 끌을 이용해 골드 케이스에 손으로 조각한다. 한치의 실수도 허용할 수 없는 신중한 작업이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메티에 다르 작업을 위해서 초기 스케치인 구아슈 작업이 필요하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모델을 위한 구아슈 과정. 청룡의 해에 맞게 파란색을 사용했다. [사진 피아제]

메티에 다르 작업을 위해서 초기 스케치인 구아슈 작업이 필요하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모델을 위한 구아슈 과정. 청룡의 해에 맞게 파란색을 사용했다. [사진 피아제]

메티에 다르는 다이얼과 이를 에워싼 케이스, 케이스 뒷면으로 보이는 무브먼트에 행해진다. 무브먼트는 케이스 속 부품 전체를 이르는 말이다. 메티에 다르 워치는 희소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장인 수가 적은 데다 작업 과정이 길어 많이 못 만든다. 밑그림은 같더라도 완성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장인의 ‘손맛’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메티에 다르 워치는 시계 애호가의 수집 대상으로 꼽힌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 용의 해 에디션의 시계 조립 과정. 시곗바늘 대신 4개의 디스크가 시간과 날짜 정보를 알려준다. 다이얼 공간이 비교적 많아 섬세하게 조각한 용 모티브를 담을 수 있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 용의 해 에디션의 시계 조립 과정. 시곗바늘 대신 4개의 디스크가 시간과 날짜 정보를 알려준다. 다이얼 공간이 비교적 많아 섬세하게 조각한 용 모티브를 담을 수 있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용의 강인함을 담아낸 시계의 얼굴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 용의 해’ 에디션을 내놨다. 이 시계 다이얼엔 시곗바늘이 없다. 대신 4개의 부채꼴 창 아래 보이는 디스크로 시·분·날짜·요일 정보를 각각 알려준다. 바늘이 돌아가야 할 공간이 비어 있기 때문에 그 자리는 메티에 다르 작업 공간이 된다.

플래티넘(왼쪽)과 핑크 골드 케이스 2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 용의 해 에디션. 매년 다른 십이지 동물 버전으로 선보이며 소량 제작해 소장 가치가 높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플래티넘(왼쪽)과 핑크 골드 케이스 2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 용의 해 에디션. 매년 다른 십이지 동물 버전으로 선보이며 소량 제작해 소장 가치가 높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섭씨 800도 이상의 가마에서 여러 차례 굽기 과정을 거친 그랑푀 에나멜 골드 다이얼 위에 300개의 비늘로 몸을 감싼 용을 얹었다. 용 모티브를 조각하는 데에만 3일이 걸린다.

용의 비늘을 일일이 손으로 조각했다. 조각하는 데에만 3일이 꼬박 걸린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용의 비늘을 일일이 손으로 조각했다. 조각하는 데에만 3일이 꼬박 걸린다.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는 “용을 포함해 십이지 동물을 주제로 한 시계는 스위스 시계 제작 문화와 동양의 전통문화를 자연스레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브레게의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는 투르비용 2개 사이에 한 마리의 용이 빙글빙글 돌 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흥미로운 디자인을 갖춘 시계다.

브레게의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 플래티넘 케이스에 용으로 장식된 스켈레톤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사진 브레게]

브레게의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 플래티넘 케이스에 용으로 장식된 스켈레톤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사진 브레게]

투르비용은 시계 정확성에 영향을 주는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는 장치로 1801년 브레게가 처음 발명했다. 용은 수공 인그레이빙 작업으로 완성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개 소재 여의주를 움켜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 위에 섬세하게 조각한 용 모티브를 얹은 클래식 드레곤 7145 모델. 브레게는 올해 2개의 용의 해 시계를 내놨다. [사진 브레게]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 위에 섬세하게 조각한 용 모티브를 얹은 클래식 드레곤 7145 모델. 브레게는 올해 2개의 용의 해 시계를 내놨다. [사진 브레게]

쇼파드는 ‘L.U.C XP 우르시 용의 해 에디션’으로 갑진년을 기념한다. 시계를 만들기 위해 쇼파드는 일본의 전통 옻칠 장인과 협업했다. 우르시라 불리는 일본 전통 래커 다이얼에 노란색과 붉은색을 띤 용을 그려 넣는다. 옻칠 작업은 여러 번 이어진다. 칠 작업 사이사이에 금가루를 여러 차례 입힌다. 쇼파드는 2013년 뱀의 해 시계를 시작으로 옻칠 시계를 매년 출시했다. 그리고 이번 용 시계를 선보이며 십이지 동물 컬렉션을 완성했다.

윤리적인 방법으로 채굴한 금을 사용한 쇼파드의 L.U.C XP 우르시 용의 해 에디션. 오리엔탈 무드가 느껴지는 마스터피스다. [사진 쇼파드]

윤리적인 방법으로 채굴한 금을 사용한 쇼파드의 L.U.C XP 우르시 용의 해 에디션. 오리엔탈 무드가 느껴지는 마스터피스다. [사진 쇼파드]

우르시 다이얼 작업 과정. 세밀붓을 이용해 채색 과정을 거치며 옻칠 사이사이 금가루를 입힌다. 일본의 옻칠 장인 고이즈미 미노리가 다이얼 제작을 도맡았다. [사진 쇼파드]

우르시 다이얼 작업 과정. 세밀붓을 이용해 채색 과정을 거치며 옻칠 사이사이 금가루를 입힌다. 일본의 옻칠 장인 고이즈미 미노리가 다이얼 제작을 도맡았다. [사진 쇼파드]

피아제는 ‘에나멜링의 대가’라 불리는 여성 에나멜 아티스트 아니타포셰와 협업해 용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알티플라노’ 컬렉션에 담아냈다. 용의 비늘은 섬세하게 조각한 후에 에나멜링 처리했다. 하늘 위 구름은 자개로 만들었다. 강렬한 파란색이 청룡의 해를 기념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조각한 자개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용의 용맹한 모습을 에나멜링 페인팅으로 완성한 피아제 알티플라노 워치(왼쪽)와 다이얼과 케이스를 휘감은 용의 모습에서 압도감이 느껴지는 피아제 엠퍼라도 투르비용 워치. [사진 피아제]

조각한 자개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용의 용맹한 모습을 에나멜링 페인팅으로 완성한 피아제 알티플라노 워치(왼쪽)와 다이얼과 케이스를 휘감은 용의 모습에서 압도감이 느껴지는 피아제 엠퍼라도 투르비용 워치. [사진 피아제]


케이스 뒷면에 등장한 늠름한 용의 모습 
용을 케이스 뒷면에 담은 시계도 있다.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이다. 앞모습은 여느 리베르소 컬렉션 시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케이스를 회전하면 황금빛 구름에 둘러싸인 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워치의 앞면. 여느 리베르소 워치와 비슷한 모습이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워치의 앞면. 여느 리베르소 워치와 비슷한 모습이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반전은 뒤에 있다. 케이스를 뒤집으면 드러나는 뒷면에 구름에 휩싸인 모습을 수작업으로 조각했다. 블랙 그랑푀 에나멜 작업 후에 조각을 한다. 장인 여럿의 협업이 필요하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반전은 뒤에 있다. 케이스를 뒤집으면 드러나는 뒷면에 구름에 휩싸인 모습을 수작업으로 조각했다. 블랙 그랑푀 에나멜 작업 후에 조각을 한다. 장인 여럿의 협업이 필요하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핑크 골드 케이스에 수공 조각 작업을 거쳤다. 검은색 염료를 입힌 후 가마에서 수차례 굽는 그랑푀 에나멜링 과정으로 배경을 먼저 만든 후 용을 조각한다. 장인의 섬세한 손맛과 정밀한 기교가 필요하다.

블랑팡의 '빌레레 트래디셔널 차이니즈 캘린더'는 복잡한 중국식 달력과 그레고리력 날짜 및 문페이즈를 세계 최초로 결합한 시계다. 말 그대로 동서양 문화를 아우르는 모델이다. 6개 층으로 이뤄진 무브먼트의 부품 수는 무려 464개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다. 시계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 짙은 녹색의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에는 날짜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있다. 십이지, 십간, 120분 길이의 중국 시각 등을 알 수 있다. 한자가 쓰여있어 더욱 독창적이다.

464개의 부품으로 무브먼트를 조립해 복잡합의 극치를 보여주는 블랑팡의 빌레레 트래디셔널 차이니즈 캘린더 2024년 버전. 어두운 녹색 그랑푀 다이얼과 레드 골드가 조화를 이룬다. 많은 기능을 담은 만큼 용 모티브는 백케이스로 보이는 로터에 장식했다. [사진 블랑팡]

464개의 부품으로 무브먼트를 조립해 복잡합의 극치를 보여주는 블랑팡의 빌레레 트래디셔널 차이니즈 캘린더 2024년 버전. 어두운 녹색 그랑푀 다이얼과 레드 골드가 조화를 이룬다. 많은 기능을 담은 만큼 용 모티브는 백케이스로 보이는 로터에 장식했다. [사진 블랑팡]

용 모티브는 시계를 뒤집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회전을 통해 무브먼트에 동력을 공급하는 로터를 레드 골드로 만들고 그 위에 용을 새겼다. 용 옆에는 용의 해를 뜻하는 갑진을 한자로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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