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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330원대…강달러 기조 언제 바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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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시작한 강(强)달러 분위기는 올해에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오르면서(환율은 하락) 1335.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Fed가 기준금리를 낮출 거라는 기대감에 달러당 원화 가치는 1200원대까지 올라왔었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이 기준금리를 조기에 낮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다시 부상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1340원대까지 재차 떨어졌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통화 격차가 다시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경기 전망 온도 차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0.4%)를 넘어섰다. 앞서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면서 역시 예상치(3.2%)를 웃돌았다. 모두 미국 경기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때문에 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윌러 Fed 이사도 “이전 많은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는 종종 신속하고 큰 폭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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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미국 경제와 달리 한국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줄곧 역성장을 보이던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성장으로 다시 돌아섰지만 반등 폭은 아직 미약하다. 내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1~11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1~11월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03년(-3.1%)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으로 촉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양국의 다른 경제 사정은 이미 시장금리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연초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3.8%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강한 경기 전망에 4.1%대까지 다시 치솟았다. 반면 한국 국고채 10년물은 3.3%~3.4%대에 머무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멈췄지만, 양국의 시장금리 격차는 0.5%포인트 수준에서 0.7%포인트까지 다시 벌어졌다.

미국과 경제 격차는 다른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유독 원화 약세만 더 두드러지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원화(-2.8%)보다 많이 떨어진 곳은 일본(-5.3%)·호주(-3.3%)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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