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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이어 이라크·시리아서도 철군하나…"IS 준동 우려"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철군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겪었던 혼란상이 중동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 테러 규모를 늘리며 세력 확대를 노리는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3월 30일, 이라크 남부 루마일라 유전에서 한 미군 병사가 불타는 유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3월 30일, 이라크 남부 루마일라 유전에서 한 미군 병사가 불타는 유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라크가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종식하는 방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알리나 노마노프스키 주이라크 미국대사가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단, 미국 측은 철군의 전제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무장 세력의 공격 중단”을 거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리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중동연구소의 시리아 및 대테러 전문가인 찰스 리스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게재된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미 외교안보 부처 소식통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임무를 유지하는데 더는 투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철군 검토 배경을 짚었다.

IS 격퇴하려 주둔했는데…

미국은 2014년 8월 IS의 부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방 9개국과 국제동맹군을 결성했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군 약 3400명이 이라크(약 2500명)와 시리아(약 900명)에 주둔 중이다. 나머지 국가의 병력은 수백 명 수준으로 사실상 군사작전은 미군이 주도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철군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 이후 중동에서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 급격히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은 이란 연계 무장 세력으로부터 150여 차례 공격을 받았다. 이에 맞서 미군도 보복 공습에 나서는 등 군사작전이 급증했다.

지난해 3월 27일, 이라크 아즈 주바이르에서 국제동맹군의 일원인 영국군의 챌린저 II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3월 27일, 이라크 아즈 주바이르에서 국제동맹군의 일원인 영국군의 챌린저 II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미군은 지난 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인 하라카트 알누자바의 거점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지도자를 제거하는 작전도 했다. 이에 이라크 측은 “사전에 작전을 알리지 않고 주권을 침해했다”며 “국제동맹군에 이라크 주둔을 영구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현지 주민 사이에서도 반미 감정이 분출하고 철군 요구 시위가 확산하는 등 상황은 악화 일로다. 이 때문에 “이런 충돌 격화가 자칫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분쟁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백악관이 철군을 검토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테러로 세력 확대하는 IS 

문제는 철군 이후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벌어졌던 상황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지에 주둔한 미군이 IS의 세력 확대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미군이 떠나면 IS가 준동할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제동맹군이 주둔한 이후 이라크에선 IS가 사실상 궤멸했고, 2014년 당시 월평균 850여건에 이르던 IS의 공격은 지난해 월평균 9건으로 급감했다. 시리아에서도 미군이 현지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과 협력해 IS의 준동을 막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9년 2월 17일,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점령지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 국제동맹군과 협력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대원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9년 2월 17일,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점령지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 국제동맹군과 협력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대원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가자지구 전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IS의 테러 공격이 최근 늘고 있다. 지난 3일 이란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IS는 조직원 5000여명이 수감된 SDF의 교도소를 로켓으로 공격하고 대규모 탈옥을 시도했다.

이와 관련, 리스터 연구원은 “IS는 현지 정권의 무관심과 광활한 사막에선 군사적으로 쉽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느리지만 체계적으로 재건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군이 아프간에서 서둘러 철군했을 때 빚어진 결과를 볼 때, 미국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철군을 고려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자 전투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IS까지 부활할 경우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불안정해질 것이란 의미다. 즉 미군의 철군 결정이 바이든의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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