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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전함 수주 복마전...HD현대∙한화오션, 정치권도 가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장 직원들.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장 직원들. 사진 HD현대중공업

7조8000억원대 해군 전투함 사업을 두고 수주를 시도하는 업체 간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함정·특수선 분야 국내 양대 사업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자사 경쟁력을 부각하는 수준을 넘어 타사의 약점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상황이다.

다툼을 벌이는 사업의 이름은 KDDX(차세대 한국형 구축함)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국내 기술로 만든 다기능 레이더, 탄도탄 탐지 추적 장치 등을 갖춘 6000t급 구축함(驅逐艦) 6척을 2030년까지 배치하기로 했다.

마음이 급한 쪽은 HD현대중공업이다. 이곳 직원 9명은 특수선 개발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 사업 심사에서 감점을 적용 받게 된다. 문제는 2월 중 예정된 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부정당업체로 지목된다면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입찰 참가 자체가 제한되는 결정이 나오면 타격은 심각해진다.

지역구 의원에 SOS 

정치권도 개입했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이채익·권명호 의원은 22일 열린 ‘해양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 참가해 HD현대중공업에 힘을 실어줬다.

HD현대중공업의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 HD현대중공업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HD현대중공업의 경쟁사인 한화오션을 거론했다. 경찰은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대만으로 유출된 정황을 수사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이 의원은 "한화오션의 이번 대만 잠수함 설계 도면 유출 의혹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화오션도 HD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방사청 입찰에서 상당한 수준의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도 "방위산업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어느 한 업체에 전적으로 치우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들었다. 의원들 입장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일자리 사수 의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한화오션은 이번 공세에 공개적 대응을 삼가고 있다. 공식적으론 상대 회사가 아닌 현직 의원의 의견이어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다만 한화오션에서 유출된 군사기밀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화오션 측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도면은 옛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도면이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1970년대 말 독일로부터 수입한 독일 잠수함 도면"이라며 "방산기술 및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위산업은 국토 방위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업인 만큼 신뢰와 도덕성이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상대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조선해양대제전의 한화오션 전시장. 뉴시스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조선해양대제전의 한화오션 전시장. 뉴시스

"출혈 경쟁의 또 다른 표출"

한화오션에도 정치적 우군은 있다. 한화오션 조선소가 있는 거제를 지역구로 둔 서일준(국민의힘) 의원은 “전 정부 방사청이 입찰 감점 기준을 흐려놓은 탓에 그동안 거제시는 숙련 조선인력 이탈의 가속화는 물론 기자재 벨트가 몰락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전 정권의 비호가 있었던 건 아닌지 더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의 원인을 두고 업계 수익성 고충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방위산업 수출과 달리 국내 수주는 출혈적인 경쟁 관계가 형성돼있다”며 “HD현대는 한화의 다른 방산 물품과의 시너지를 우려하고, 한화는 선박 1등 사업자인 HD현대를 늘 견제하다보니 이번 일과 같은 갈등으로도 표출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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