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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선 7.5m 디지털 광개토대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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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을 소장하게 된 국립중앙박물관이 고구려실을 개편하고 고구려 콘텐트를 강화한다. 올해 선사·고대관을 전편 개편할 방침인 박물관 측은 우선 상설전시관 로비(‘역사의 길’)에 광개토대왕릉비를 재현한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타워를 세웠다. 또 원석탁본에 기반을 둔 초대형 족자도 내걸어 우리 역사 속 고구려의 존재감을 확 키웠다.

윤성용 관장은 24일 신년 업무계획을 밝힌 기자간담회에서 “삼국 역사 중에 현재 국경 바깥에 있어 국외에서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곳이 광개토대왕릉비”라며 “지난해 원석탁본을 구매한 것을 계기로 ‘역사의 길’에 디지털 복원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원석탁본을 기초로 제작한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를 상설전시관 로비(‘역사의 길’)에 설치하고 24일 공개했다. [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이 원석탁본을 기초로 제작한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를 상설전시관 로비(‘역사의 길’)에 설치하고 24일 공개했다. [뉴시스]

이날 공개한 디지털 광개토왕비는 높이 7.5m(받침대 포함 8m), 너비 2.6m 크기의 직육면체형 미디어 타워다. 중국 지안에 있는 최대 높이 6.39m 비석을 4면 그대로 재현해 실제 위용을 짐작게 했다. 비석은 장수왕(재위 413∼491)이 아버지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려 414년께 세웠다. 4면을 돌아가며 고구려 건국 신화, 왕의 즉위, 광개토왕의 업적, 왕의 무덤을 관리하는 규정 등을 총 1775자의 비문으로 새겼다.

박물관은 이번 디지털 재현 과정에서 한학자 청명 임창순(1914∼1999) 선생이 소장했던 원석탁본 ‘청명본’을 바탕으로 삼았다.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은 한·중·일 등에 120여종이 전해지는데, 무분별한 석회탁본 전의 원석탁본은 18종뿐이고 국내엔 그중 3종이 전해진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청명본을 구매한 뒤 일부 훼손되고 빠진 글자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 다른 기관 소장본과 대조해 보완했다. 그렇게 1개 면씩 비문을 원본 크기대로 프린트한 대형 족자(총 4개)도 역사의 길에 함께 전시했다. 청명본은 고구려실에 상설 전시한다.

윤 관장은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을 상설전시하는 것은 2005년 (박물관) 용산 이전 이래 숙원 과제였다”며 “고구려실도 올해 안에 현재의 2배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윤상덕 고고역사부장은 “근래에 남한에서도 발굴 성과가 많이 축적돼 학계 논의를 반영할 필요가 있고, 관람객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 싶어하는 콘텐트가 고구려실이었다”고 확장 배경을 부연했다. 동북공정 등 중국의 역사 왜곡을 의식했는지 묻자 윤 관장은 “그보다는 10~12년 단위로 이뤄지는 상설관 개편 및 탁본 확보가 제일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소속 지역박물관을 합쳐 관람객 1000만명 돌파를 계기로 주요 유물의 지역 순회 전시 구상도 밝혔다.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상감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 6종 구성으로 추진한다. 이 밖에 문화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 학예인력 전문교육 확대 등 5대 역점과제를 발표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품 순회전시는 올해부터 미국 시카고박물관 등 해외로 넓혀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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