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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OS 못쓰게 막은 구글…법원 "2249억 과징금은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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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AP=연합뉴스]

‘안드로이드만 사용해야한다’며 스마트폰 기기 제조사들에 과도한 의무조건을 단 구글에 2249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것은 적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 6-3부(부장판사 홍성욱‧황의동‧위광하)는 24일 구글엘엘씨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2021년 부과한 과징금‧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

‘오픈소스 OS’라더니… ‘응용한 OS 쓰면 계약 않겠다’ 제약

구글이 만든 OS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OS로 스마트폰 태동 초기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구글은 점유율이 높아지자 이른바 ‘파편화 금지 의무’를 조건으로 달아야 기기 제조사와 계약을 맺겠다고 했다. 파편화 금지 의무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별도의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팔면 구글은 제조사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것도 안되고, 다만 안드로이드가 아닌 아예 별개의 OS를 구축해 안드로이드와 다른 닫힌 생태계에서 유통되는 기기를 만드는 것만 허용된다.

공정위는 독자 기기제조와 OS 탑재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해 앱마켓 수수료를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2021년 12월 국내 제조사 제조기기에 대해 부당한 조건을 요구하는 파편화 금지 의무 등에 대해 금지 처분을 내리고, 과징금 2249억원 역시 부과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다.

법원 “스마트 시장 혁신 저해, 경쟁제한” 인정

구글 2249억원 과징금 부과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조성욱 전 위원장. 연합뉴스

구글 2249억원 과징금 부과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조성욱 전 위원장. 연합뉴스

법원은 공정위의 모든 처분이 타당했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맞고, 기기제조사에 요구한 ‘다른 OS 쓰지 말라’는 파편화 금지 의무는 경쟁을 제한하기 위함이며, 결과적으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과징금과 시정조치도 따라서 적법하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처분 당시 아마존의 '파이어 OS', 알리바바의 '알리윤 OS',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1', LG전자의 스마트스피커, 아마존의 스마트TV, 삼성전자의 드론과 로봇 등을 사례로 들며 구글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공정위 보도자료 중 일부.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처분 당시 아마존의 '파이어 OS', 알리바바의 '알리윤 OS',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1', LG전자의 스마트스피커, 아마존의 스마트TV, 삼성전자의 드론과 로봇 등을 사례로 들며 구글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공정위 보도자료 중 일부. 공정거래위원회

구글은 ‘타 OS 사용 금지를 강제하지 않았고 불이익도 없었다, 각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OS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삼성·엘지·아마존·알리바바·레노버 등이 각자 개발한 OS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를 출시하려고 했지만, 파편화금지 의무로 인해 출시가 좌절되거나 방해받았다”며 “새로운 스마트기기 연구개발에 관한 혁신활동을 저해했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해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 우려가 인정된다”고 했다. 또 구글이 지금은 비모바일 시장(웨어러블 기기·IoT 가전·드론 등 핸드폰을 제외한 모든 스마트기기)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지만, “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지는 사업자는 인접 시장에서 부당하게 점유율을 확대할 유인이 있어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기기 제조사로서는 모바일 앱 유통계약이나 안드로이드 OS 사전접근권 계약에 따른 혜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구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이익을 강제하고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봉쇄했다”고 판단했다. 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조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짚었다.

2년간의 법정다툼에서 구글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광범위한 시정명령 및 투망식 처분이며, 애플 iOS·중국을 제외하고 시장을 획정해 구글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구글이 선전하고 있지도 않은 비모바일(TV·가전·드론 등 핸드폰을 제외한 모든 스마트기기) 시장에 대해서까지 제재를 두는 것은 부당하다’ ‘비모바일 시장에서 구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일뿐이다’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6년 조사를 시작해 5년만에 공정위 결론이 났고 항소심까지도 2년이 걸렸다. 대법원까지 가서 다툰다면 사건이 발생한 지 8년이 더 지나서야 최종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구글은 이번 과징금 외에도 모바일 게임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만 출시하라고 요구하며 앱마켓 시장 경쟁을 제한한 데 대해 지난해 4월 과징금 421억원이 부과됐고, 인앱 결제 강제 및 디지털 광고시장 관련 부당행위 등에 대해서도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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