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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패배’ 헤일리…'고향'에 배수진 치고 “나는 투사”

중앙일보

입력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23일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있는 한 컨퍼런스 센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23일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있는 한 컨퍼런스 센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저는 투사(fighter)입니다. 지리멸렬(scrappy)하지도 않아요.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3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그가 연설에서 “아직 수십 개의 주(州)가 더 남아 있다. 다음 경선지는 제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my sweet state, South Carolina)”라고 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주지사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다. 197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뱀버그 카운티에서 태어난 그는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로 당선됐고 4년 뒤 재선에 성공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앞서 이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대의원 22명 배정) 투표 마감 직전 지지자들을 만나서도 “여기까지 온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저는 트럼프와 대결할 것이고 (지더라도) ‘부고’(obituary)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대의원 50명이 걸린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 배수의 진을 치고 사실상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내달 8일 네바다 경선(당원대회, 대의원 26명)과 버진아일랜드 경선(대의원 4명)이 잡혀 있지만 이를 건너뛰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이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00만 달러(약 53억 원) 규모의 선거 광고를 예약했다.

하지만 헤일리 전 주지사는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위에 그친 데 이어 중도ㆍ무당층 비율이 높아 판을 바꿀 승부처라 여겨졌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지 못하면서 갈수록 코너에 몰리는 모습이다.

당장 공화당에서는 후보 사퇴 압력이 거세졌다. 트럼프의 수퍼 팩(PACㆍ정치행동위원회)을 이끌고 있는 테일러 부도위치는 이날 헤일리 전 주지사를 겨냥해 “이제 그만둬야 할 때”라고 했고, 존 바라소 공화당 상원의원(와이오밍)은 소셜미디어 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잠정 후보”라는 표현을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이었던 존 코닌 상원의원(공화당) 역시 “공화당은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다.

헤일리가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사우스캐롤라이나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ㆍ하원 의원 8명이 있는데 이 중 7명과 주지사(헨리 맥매스터)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며 “보수적인 복음주의 유권자층의 본거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표심은 지난 몇 년간 트럼프 쪽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헤일리 선거 캠프 직원 벳시 앤크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누구도 헤일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헤일리에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뉴햄프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배하긴 했지만 40% 중반대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올렸고 무당층 유권자들의 상당한 지지세를 입증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할 경우 더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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