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폄훼' 논란 인천시의장 불신임안 가결…의장직 잃었다

'5·18 폄훼' 논란을 빚은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9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불신임안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의 신문을 동료 의원들에게 돌려 논란을 빚은 허식(66) 인천시의회 의장이 결국 의장직을 잃게 됐다. 1991년 초대 시의회에서 현재 9대 시의회에 이르기까지 불신임안이 의결돼 의장이 강제로 물러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시의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시의원 18명이 공동 발의한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찬성 24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허 의장은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재신임을 요청하는 신상발언을 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날 본회의는 허 의장을 대신해 이봉락 제1부의장이 진행했다.

당초 시의회는 전날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본회의 진행을 맡은 허 의장이 해당 안건 상정을 '셀프' 거부해 처리가 불발됐던 바 있다.

허 의장은 이날 의장직을 상실했지만, 시의원 신분은 유지돼 앞으로 2년 5개월간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허 의장은 앞서 지난 2일 전체 39명의 동료 의원실에 특정 언론사의 '5·18 특별판' 신문을 배포해 논란이 됐다.

총 40면으로 제작된 신문에는 '5·18은 DJ 세력·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거나 '5·18 유공자 상당수가 5·18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등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주장이 담겼다.

허 의장은 본래 국민의힘 소속이었지만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징계를 논의할 인천시당 윤리위원회 개최가 예고되자 지난 7일 탈당했다.

허 의장의 탈당 이후에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그의 행위가 지방자치법상 지방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고 역사를 왜곡해 시의회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의장직 자진 사퇴를 요구해왔다.

인천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차기 의장 선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인천시의회는 현재 전체 40석 중 국민의힘 25석, 민주당 14석, 무소속 1석(허 의장)으로 구성돼 있다.

의장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제9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 잔여 임기를 수행할 차기 의장을 추대해 다음 달 본회의에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