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인연 끊으라니" 오뚜기 날벼락…중기부에 소송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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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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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 ‘오뚜기’와 이 회사에 국수를 납품하는 ‘면사랑’이 중소벤처기업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중기부가 관련 법령을 근거로, 중견기업이 된 면사랑과 오뚜기 간 거래를 불허한 데 대한 소송이다. 면사랑은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큰 사위인 정세장씨가 대표인 중견기업이다.

앞서 오뚜기는 주문자상표부착상품(OEM) 거래 업체인 면사랑이 지난해 4월 중견기업이 되자 중기부에 생계형적합업종 사업확장 승인 심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지난해 11월 오뚜기에 “면사랑과의 OEM 거래를 중단하라”고 처분하며 “대기업 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ㆍ개시ㆍ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생계형적합업종법) 8조 1항을 근거로 들었다.

오뚜기의 신청에 대해 중기부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대기업 등’이라는 문구를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으로 해석하고, 중견기업인 면사랑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등’에 속하니 국수 OEM 거래를 할 수 없다고 결론낸 것. 여기에 ‘국수 제조업’ 관련 고시에서도 OEM 거래는 중소기업하고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심의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번 사례는 생계형적합업종에 종사하던 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탓에 거래 불가 처분을 받은 첫 사례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수 제조업 관련 고시에 중견기업과의 거래가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며 “30년간 문제 없이 거래해 왔는데 이를 중단하라는 것은 영업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이 오히려 독?

면사랑이 중견기업이 된 건 지난해 4월이다. 중견기업이란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다만 업종별로 판단 기준이 다른데, 면사랑 같은 식품 제조업체의 경우 직전 3년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경우 중견기업으로 본다. 면사랑은 2020년 중견기업 요건을 갖췄고, 3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중견기업에 편입됐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면사랑은 OEM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건데, 생계형적합업종법에 따라 OEM 생산을 못 하게 된다면 결국 독자 브랜드를 새로 만들거나 영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라며 “인지도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품회사의 특성상 OEM 생산이 막히면 면사랑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일 때 해당 법의 보호를 받아 성장한 만큼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졌다면 법을 이행할 의무가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2020년 국수 제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을 때부터 관련 업체인 면사랑 등에 고지했고, 3년간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다른 거래처를 찾지 않은 것이 심의위에서 오뚜기의 심의 신청이 불허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업종이 생계형적합업종인가 논란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생계형적합업종법은 2018년 소상공인을 직접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제정됐다. 올해 1월 기준 LPG 연료 소매업, 간장 제조업, 고추장 제조업, 국수 제조업, 냉면 제조업 등 총 11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이다.

그간 생계형적합업종에 어떤 업종이 포함되느냐를 두고 이해관계자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앞서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2022년 심의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1년 떡볶이 떡 등 제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때도 대기업의 반발이 거셌다.

올해부터는 기존 지정 업종들의 요구가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 고시일로부터 5년간 법의 보호를 받는데, 서적 소매업ㆍLPG 연료 소매업ㆍ간장 제조업ㆍ고추장 제조업 등 8개 업종이 2019년 고시 지정 이후 5년이 지나 올해 고시 효력이 끝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이들 업종은 연장이나 재지정 절차가 아닌 새로 신청해 심의를 통과해야 생계형적합업종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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