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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친명계의 노골적 ‘찐명 마케팅’ 꼴불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중원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중원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와 친분 과시, 묻지마 비명계 축출  

8년 전 총선 ‘진박 감별사’ 만행은 완패로 끝나

총선 공천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계의 비명계 밀어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친명계 인사들의 ‘찐명 마케팅’이 가관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양이원영(비례)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같은 당의 비명계 양기대 의원이 현역인 경기 광명을에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양기대 의원을 겨냥해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졌냐”며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정치인, 전형적인 토호 정치인”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같은 당 동료라고 믿기 힘든 독설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78% 당원들의 지지로 당선된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주요 시기마다 발목을 잡은 정치인들은 당원들이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했다”고 내세웠다.

전날엔 친명계 이수진(비례) 의원이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출마 포기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심지어 이 의원은 성남중원에 아무 연고도 없다.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성희롱 논란으로 낙마하자 친명계가 이 의원을 대타로 투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을 향해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심장을 뺏길 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까지 지냈지만, 이재명 대표와 사이가 나쁘면 당 정체성이 없다고 공격받는 게 요즘 민주당의 현실이다.

이 외에도 친명계가 ‘찐명 마케팅’으로 비명계 현역들을 압박하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수두룩하다. 민주당의 경선은 국민 50%, 권리당원 50%의 비율로 결정된다. 그런데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이다 보니 ‘찐명 마케팅’이 만병특효약인 셈이다. 당내에선 권리당원들에게 한번 찍히면 경선 승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후보의 능력과 비전·도덕성이 아니라 당의 오너와 가까운지의 잣대로 공천이 결정되는 정당은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시 낙승 무드에 젖은 친박계 핵심들이 ‘진박 감별사’ 운운하며 비박계를 박대했다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민심은 오만을 가장 싫어한다. 지금 민주당에서도 당권파가 비주류 축출의 유혹을 느끼겠지만, 자제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는 진리를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