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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노조' 걸러내니…노조 조합원 수, 13년 만에 처음 꺾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매년 꾸준히 늘어나던 전국의 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정부가 실체 없는 ‘유령 노조’를 걸러낸 결과로 해석된다.

노조 조직률도 7년 만에 감소세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23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조합원 수는 272만2000명으로, 2021년(293만3000명)보다 21만1000명 감소했다. 조합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9년(-2만6000명) 이후 13년 만이다.

노조 조합원 수는 2009년 164만명에서 2010년 164만3000명으로 올라선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문재인 정부 1년차인 2017년(208만8000명)엔 2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2021년엔 293만3000명을 기록하면서 300만명에 육박했다.

조합원 수가 줄어들면서 2022년 노조 조직률도 전년(14.2%)보다 1.1%포인트 줄어든 13.1%를 기록했다. 조직률은 전체 조합원 수에서 조직대상 근로자 수를 나눈 값으로, 노조 가입이 금지된 일부 공무원·교원은 계산에서 제외한다. 노조 조직률이 감소한 것도 2015년(-0.1%포인트) 이후 7년 만이다. 조직률은 2016년 10.3%로 반등한 뒤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실체 없는 ‘유령 노조원’ 8만여명 확인

다만 노조 신규 가입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2022년 한 해에만 431개 노조가 신설돼 조합원 수는 7만2000명 증가했다. 예년과 유사한 추세다. 대신 정확한 통계 분석을 통해 그간 통계치를 부풀렸던 ‘유령 노조’를 다수 밝혀낸 영향이 크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전국의 노조들은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매년 1월 31일까지 행정관청에 전년 12월 31일 기준 노조 현황 정기통보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한국노동연구원이 집계·분석해 현황 통계를 발표한다. 문제는 노조의 자체 신고에 의존해야 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노조 현황이 정확하게 통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사·분석 과정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노조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대상도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정기통보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를 대상으로 실체 여부를 확인했고, 장기간 활동하지 않은 노조 41개(조합원 수 1800명)를 노조법에 따라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산시켰다. 아울러 사업장 폐업 여부, 조합원 유무 등을 확인해 이미 실체가 없어진 노조 1478개도 추가로 확인해 통계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소속됐던 조합원 수만 8만1000명이었다.

일부 노조에선 자체적으로 신고 조합원 수를 큰 폭으로 줄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플랜트건설노조는 조합원 수가 2021년 10만6000명에서 2022년 2만9000명으로 1년새 8만명 가까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복수의 지부에서 중복 집계된 조합원 수를 정리한 결과로 분석된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산업생산시설 종합건설업 종사자 수는 2022년 기준 4만7000명이다. 횡령 의혹 등으로 2022년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건설산업노조는 8만2000명에서 8000명으로 7만4000명 줄었다고 신고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조합원 수는 최저임금위원회 등 정부위원회나 사회적 대화 기구에 노동계 참여 비율을 결정하는 주요한 지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도 영향을 준다. 이에 고용부는 사업장별 조합원 수까지 세세하게 구분해서 조직현황을 통보하도록 노조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등 유령 노조를 배제하고 정밀 집계를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한국노총 3년 연속 ‘제1노총’ 지위 유지

총연합단체별 조합원 수는 한국노총이 112만2000명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민주노총(110만명), 장애인노총(1만1000명), 전국노총(4000명) 순으로 이어졌다. 한국노총은 2019년 민주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올라선 이후 3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가맹 노조에 속한 조합원 수는 48만3000명이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대기업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사업체 규모별 조직현황을 보면 300명 이상 사업체의 노조 조직률은 36.9%를 차지했지만, 100~299명으로 내려가면 5.7%로 크게 줄었다. 30~99명은 1.3%, 30명 미만은 0.1%에 불과했다. 황보국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미조직된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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