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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으면 피부병 생기던 '죽음의 강' 반전…유네스코 우수하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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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전경. 사진 울산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전경. 사진 울산시

1급수 생태하천 '태화강'이 유네스코에서 우수하천으로 인정받았다. 울산시는 23일 태화강이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 생태수문학 시범유역(UNESCO Ecohydrology Demonstration Site)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울산 태화강·대전 갑천 나란히 이름 올려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은 지구적 물 위기를 극복하고 생태수문학적으로 우수한 하천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측이 선정한다. 해당 하천의 관리 기법, 우수 기술을 세계에 전파하는 게 주목적이다. 현재까지 26개국 37개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이 선정됐다. 국내에선 이번이 첫 선정 사례인데, 태화강과 국가하천 대전 '갑천'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전문가 심사단은 2022년 12월과 지난해 10월 이들 하천을 각각 심사했다. 유네스코는 태화강 수질이 개선되고 콘크리트 강변을 자연형 호안으로 바꿔 수생태계를 회복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 국내 최대 도심 철새도래지 환경을 조성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한다. 대전 갑천은 인공적인 하상도로 철거 추진 등 자연 하천으로 복원 중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화강 남다른 의미 '친환경도시 선언' 20주년  

대전 갑천 상류를 찾은 흰뺨검둥오리와 백로 등이 서서히 녹아가는 얼음 위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갑천 상류를 찾은 흰뺨검둥오리와 백로 등이 서서히 녹아가는 얼음 위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특히 '국가정원'이 있는 태화강은 이번 유네스코 시범유역 선정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울산시는 올해가 '친환경도시 울산 선언(2004년)' 20주년을 맞는다. 태화강은 1962년쯤부터 시작된 공업화·도시화 탓에 물이 몸에 닿으면 피부병을 유발하는 5급수 하천이 됐다. 공단 폐수 등이 뒤섞여 썩은 강으로 통했다. 악취가 나서 코를 잡고 지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나온 바로 그 죽음의 강이 태화강이다.

울산시는 시민과 함께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태화강을 되살리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2004년 친환경도시 울산 선언을 하고, 2005년 태화강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10여년간 7554억원을 들여 수질을 개선하고 태화강 곳곳에 친환경 생태공간을 조성했다. 친수공간도 곳곳에 꾸몄다. 이런 노력으로 태화강은 되살아났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현재 태화강은 봄엔 황어, 여름엔 은어, 가을엔 연어가 찾고, 수달까지 둥지를 트는 '생명의 강'이 됐다. 국가정원에 철새 구경까지 가능한 생태하천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에만 500만명이 태화강을 다녀갔다.

울산시 관계자는 "앞으로 유네스코와 함께 태화강을 살려낸 역사와 기술, 그간의 노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더 개선해 세계적인 친환경 하천으로 이름나도록 가꿔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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