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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만명 반발에도…40년 된 공원에 주차장 짓겠다는 구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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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구로구가 구로거리공원 자리에 지하주차장을 지으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녹지 공간을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구로구는 "훼손되는 녹지공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서울 구로거리공원의 모습. 왕복 6차선 도로 중심에 너른 녹지가 펼쳐져 있다. 공원 내 산책로 길이만 1.24㎞에 달한다. 사진 구로구청

서울 구로거리공원의 모습. 왕복 6차선 도로 중심에 너른 녹지가 펼쳐져 있다. 공원 내 산책로 길이만 1.24㎞에 달한다. 사진 구로구청

구로구는 22일 “구로동 구로거리공원 지하 공간에 약 200대를 세울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만들겠다"라며 “최근 주차장 건립에 필요한 도시관리계획 중복결정안 열람공고를 내는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차장 건립에는 구 예산 등 약 230억원이 들 전망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구로거리공원 인근 먹자골목과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다"며 "지하주차장 건립은 애초 2020년 10월 시작해 내년 말 완공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구로거리공원 훼손 안 돼"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주민들은 우선 구로거리공원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 조성된 지 40년 넘는 구로거리공원은 이곳 주민에겐 사실상 유일한 쉼터라고 한다. 공원 면적은 3만5920㎡(약 1만880평)이며 산책로 길이만 1.24㎞에 달한다. 공원은 2000년대 들어 잇달아 서울시가 꼽은 ‘단풍과 낙엽의 거리’와  ‘서울 단풍길 99선’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산책로를 따라 수령 30~40년인 벚나무 470여 그루가 늘어서 있다.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공사를 하다 보면 거리공원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여기에 구로거리공원은 왕복 6차선 도로 중심(주간선도로)에 있다. 주차장이 들어서더라도 이용이 불편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진·출입 시 교통사고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나아가 지하주차장 이용객이 많지 않으면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고도 한다.

또 지하주차장 건립이 ‘구청 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주민 주장이다. 구로거리공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임경애씨는 “이곳에 20년 이상 살면서 거리공원을 수시로 이용 중"이라며 "나무 훼손을 불러올 게 뻔한 지하주차장 건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주민에게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고 국민 세금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구로구민 1만1400여명은 지난해 말 서울시와 시의회, 구로구 등에 지하주차장 조성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의회도 주차장 보조금 지원 관련 논의를 보류했다.

주민들은 구청과 주민 간 협의체를 만들어 이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주민들은 또 주차 수요가 몰리는 주거밀집지역 등에 공영주차장을 지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차장 부지는 기부채납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실제 일부 재건축 주택조합 등은 공영주차장 기부채납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먹자골목 인근 낡은 구민생활체육센터를 재건축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반면 구로구는 지하주차장 건설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구로구 측은 “지하주차장 조성부지는 전체 공원 면적의 7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라며 "일부 주민 우려와 달리 공원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로구는 또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들에게 지하주차장 필요성을 정확히 알리고 동의와 협조를 지속해서 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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