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윤영찬 출당!' 플래카드, 수령자는 이재명 비서실 당직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를 공개 비판했던 친명 원외조직 '민주당혁신행동'이 이재명 당대표실과 협업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9일 국회 본청 1층 택배실 1~2층 구역에 있었던 '윤영찬 의원의 제명, 출당을 촉구한다!'고 쓴 '민주당혁신행동' 명의 플래카드 배송물. 수령자는 '박○○'이었다. 박○○은 국회 본청 2층에 위치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비서실에 근무하는 정무직 당직자 이름이다. 함께 적힌 휴대전화 번호 역시 해당 당직자 연락처와 동일했다. 정용환 기자

지난 19일 국회 본청 1층 택배실 1~2층 구역에 있었던 '윤영찬 의원의 제명, 출당을 촉구한다!'고 쓴 '민주당혁신행동' 명의 플래카드 배송물. 수령자는 '박○○'이었다. 박○○은 국회 본청 2층에 위치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비서실에 근무하는 정무직 당직자 이름이다. 함께 적힌 휴대전화 번호 역시 해당 당직자 연락처와 동일했다. 정용환 기자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국회 본청 1층 택배실 1~2층 구역에는 ‘윤영찬 의원의 제명, 출당을 촉구한다!’고 쓴 ‘민주당혁신행동’ 명의 플래카드가 종일 놓여있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가로 4.5m, 세로 80cm 크기의 플래카드 명의자는 민주당혁신행동(이하 혁신행동)이었고, 배송물 수령자는 ‘박○○’이었다.

박씨는 이재명 대표 비서실에 근무하는 정무직 당직자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 온라인 조직에 있었고, 전당대회 이후 당에 합류했다. 박씨는 플래카드가 본인에게 배송된 경위에 대해 “택배가 잘못 와서 폐기했을 뿐 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박진영 전 당 상근부대변인,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등 친명계 인사가 지난해 5월 발족한 혁신행동은 그간 당내 비명계 공세에 앞장서 ‘친명 홍위병’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출범 직후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지난해 6월 18일),  홍기원 의원(6월 24일) 등 비명계 의원을 실명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민주당혁신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7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경쟁 없는 혁신은 없다"며, "현역의원의 공천 독점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민주당혁신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7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경쟁 없는 혁신은 없다"며, "현역의원의 공천 독점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특히 지난 11일 김한규 의원이 한 방송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상대방을 찔러야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문화에서 이 대표가 본인이 피해자가 돼 보니 한 번 더 느꼈을 것”이라고 말하자, 혁신행동은 김 의원 징계를 강하게 촉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나흘 뒤 김 의원에 대해 ‘엄중 경고’ 조처를 내렸다.

지난 10일 '원칙과 상식' 소속이었던 윤영찬 의원이 민주당에 잔류하자, 이후 혁신행동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를 타깃 삼았다. 혁신행동은 윤 의원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고민정·윤건영 의원을 실명 비판했고,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발탁 관련) 제대로 된 설명도 해명도 없이 출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엔 기동민·윤건영 의원을 콕 집어 “현역 운동권은 (공천) 프리패스냐”라고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와 가까운 이들이 혁신행동을 주도하자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묵인 속에 비명계를 저격하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선거마다 현역은 신인의 도전을 받고, 출마는 개인의 정치적인 선택으로 말릴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해찬 전 대표와 회동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해찬 전 대표와 회동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당대표실 관계자 앞으로 비명계 의원의 제명·출당을 요구하는 혁신행동의 플래카드가 배송된 사실이 알려지자, 비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 초선 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당의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조직이 움직이고, 당대표실이 이를 돕고 있는 정황이 발견됐으니 누가 이 대표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대표 비서실 측은 “(박씨가 속한)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와 혁신행동이 같은 업체에 플래카드 제작을 맡겨 일어난 해프닝”이라며 “혁신행동은 원외 인사 모임으로 당대표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