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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럽 취항한다는데…'LCC 사고' 14건 중 8건이 티웨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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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1일,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 베트남 나트랑깜란 공항. 출발 직전 인천행 티웨이항공 TW158기에서 기체 결함이 확인됐다. 해당 비행기를 타기로 했던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이 올 때까지 15시간 이상 현지에 발이 묵였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악몽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일주일 뒤엔 중국에서 비슷한 일이 또 잇었다.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인천으로 향하려면 티웨이항공 TW624편 항공기에서 결함이 발견돼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오전 3시 출발 예정이던 항공편은 11시간 이상 늦은 오후 2시 25분으로 지연됐다. 승객 171명이 불편을 겪었다. 항공기 운항 스케줄이 빡빡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체기에 대한 마련도 쉽지 않아 승객 불편이 더 크다.

사고난 LCC 14건 중 8건 티웨이항공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항공기 운항이 늘어났지만, 기체 결함·회항 등으로 인한 피해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LCC들에서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22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CC의 기체 결함이나 엔진 고장 등으로 인한 중대 사고는 총 14건 발생했다. 티웨이항공이 8건으로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제주항공(3건)이 뒤를 이었다. 두 곳 모두 지난해 연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지난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조류와 충돌해 엔진에서 불꽃이 튀면서 공항 소방대가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지난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조류와 충돌해 엔진에서 불꽃이 튀면서 공항 소방대가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국토부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2월에만 총 3건의 기체 결함이 발견됐다. 연료펌프 결함, 전자계통 이상 등으로 1편이 결항했고, 최대 18시간 지연 운항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김해공항을 이륙한 항공기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아 비행기가 출발지로 회항하는 일도 있었다. 사고 3건을 기록한 제주항공의 경우 주로 엔진 계통 이상으로 1편이 결항했고, 최대 4시간 이상 지연 운항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LCC 업체들이 외형 확장뿐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 종사자 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 17.2명으로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다. 티웨이항공은 7.4명, 제주항공은 11.3명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승객들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티웨이, 유럽 취항 괜찮나

국토부 자료에서 티웨이항공이 기체 결함 사고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취항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유럽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으로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4개의 운항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티웨이항공이 인수자로 유력한 상황이라서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에어버스 A330-200 항공기 5대와 조종사 등 운영 인력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이 올해 도입 예정인 에어버스 A330-300, 2대를 포함하면 티웨이항공은 총 10대의 대형기를 운영하게 된다. 장거리 노선에서 기체 정비가 느슨할 경우, 안전 사고 및 승객 불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국토부는 티웨이항공·제주항공 등 지난해 상대적으로 사고가 많았던 LCC에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지난해 연말 LCC들에 시정하도록 요구했고, 현재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에 특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이 운용 중인 A330-300 중대형 여객기의 무게를 줄여 추후 서유럽과 미주 일부 노선까지 직항 운항할 수 있는 기종이다. 사진 연합뉴스

티웨이항공이 운용 중인 A330-300 중대형 여객기의 무게를 줄여 추후 서유럽과 미주 일부 노선까지 직항 운항할 수 있는 기종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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