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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없이 "방사능 쓰나미"…北 핵어뢰 '해일'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핵 폭발로 쓰나미(해일)와 방사능 파동을 일으킨다는 북한 핵어뢰 ‘해일’의 위협 능력을 놓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별다른 정보를 내놓지 않은 채 시험 실시를 주장하고, 정부는 과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북한의 무기 개발 속도 또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매체는 지난해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최종 개발 시험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일 옆에서 선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매체는 지난해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최종 개발 시험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일 옆에서 선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北 깜깜이 발표…시험 실시 여부조차 불명확

지난 19일 북한 국방성은 “국방과학원 수중 무기체계 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이뤄진 한·미·일 해상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할 뿐 구체적 시험 장소, 일시를 비롯해 잠항 시간과 거리 등은 일체 비공개에 부쳤다. 사진이나 영상 역시 게재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해당 국방과학연구기관에서 지난해 4월 4~7일 수중전략무기체계 해일 시험을 진행했다고 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해당 국방과학연구기관에서 지난해 4월 4~7일 수중전략무기체계 해일 시험을 진행했다고 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시험 실시의 진위조차 불분명하다. 수중 시험은 지상의 미사일 시험과 달리 탐지자산으로 포착이 어렵다는 점을 노려 북한이 기만에 나섰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앞서 지난해 세 차례 해일 시험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해 3월 24일 첫 시험에서 ‘해일’의 59시간 12분의 잠항 시간만 공개한 뒤 같은 달 28일 두 번째 시험에선 ‘해일-1형’이 톱날 및 타원형 경로 600㎞를 41시간 27분 간 잠항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다음달 4~7일 세 번째 시험을 통해 ‘해일-2형’이 사전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경로 1000㎞를 71시간 6분 간 잠항했다고 주장했다.

韓 “과장·조작 가능성”, 美 “정보 적어 확인 불가”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현재까지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북 주장은 과장되고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사진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진위 여부 확인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시험했다면 일종의 어뢰로 추정되는데, 핵 추진 체계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직경 1m 이하의 어뢰에 들어갈 만한 소형 원자로 개발 사례는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핵 추진 어뢰라는 가정을 전제로 반박에 나선 셈이다.

미국도 유보적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특정한 정보가 많지 않다”며 “이런 차원에서 실제 북한이 수중 핵무기를 실험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北, 핵 추진 체계 주장한 적 없는데…정부 “핵 추진 체계 아닐 것”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선 해당 무기체계가 핵 추진 방식인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연구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해일이 핵 추진 어뢰인지, 핵 공격용 어뢰인지 북한은 설명한 적이 없다”며 “애초 핵 추진이 아닌, 핵 공격용을 뜻한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해일을 ‘핵 무인 수중 공격정’ 또는 ‘수중 핵무기 체계’ 등으로 표현해왔다.

해일에 핵 추진 방식이 적용됐다는 가정은 해일이 모델로 삼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포세이돈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인해 ‘지구 종말의 무기(doomsday weapon)’로도 불리는 포세이돈은 핵 추진 방식을 사용해 작전 시간이 이론적으로 무한대라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중앙TV는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체계가 등장할 때 "무자비한 징벌의 '해일'로 가증스러운 침략선들을 모조리 수장해버릴 공화국 핵전투무력의 중요한 초강력 절대병기"라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중앙TV는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체계가 등장할 때 "무자비한 징벌의 '해일'로 가증스러운 침략선들을 모조리 수장해버릴 공화국 핵전투무력의 중요한 초강력 절대병기"라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반면 북한의 해일은 배터리 추진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세 차례 시험에서 잠항 시간과 거리를 늘려나간 것도 배터리 성능 개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배터리 크기가 커지면서 해일-2형이 해일-1형에 비해 길이가 3.5~4m 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해일이 핵 추진 방식을 주장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 그게 아니라고 반박한 모양새가 됐다.

폭발 위력·잠항 능력 의문…러시아 기술 가세할까

북한이 해일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닉, 혼란을 유발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폭발력에도 의구심이 붙는다. 항구를 뒤덮을 정도의 쓰나미를 유발하려면 수십 킬로톤(kt·TNT 폭약 1000t 위력) 원자탄이 아닌, 수 메가톤(Mt·TNT 폭약 100만t 위력)의 수소폭탄이어야 가능하다.

러시아 국방부가 2020년 4월 공개한 날짜 없는 동영상에는 러시아의 슈퍼 핵 어뢰 '포세이돈'의 추진 수중 드론이 러시아에서 시험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2020년 4월 공개한 날짜 없는 동영상에는 러시아의 슈퍼 핵 어뢰 '포세이돈'의 추진 수중 드론이 러시아에서 시험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P=뉴시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수소폭탄 기술이 있으면 메가톤급으로 위력을 늘리는 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에서 150kt의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실전성을 확보하는 건 다른 문제다. 신종우 국장은 “이 같은 위력을 지닌 수소탄을 1m 직경에 탑재할 정도로 북한이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포세이돈조차도 위력을 놓고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100Mt급 위력으로 500m 높이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지나친 과장이며 실제로는 수 Mt급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해일이 최고의 타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근해까지 탐지를 피해 도달하는 게 가능할지를 놓고서도 의문이 많다. 핵어뢰는 장거리를 잠항해야 하는 특성상 조류와 심해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상당한 수준의 수중항법장치를 탑재해야 할 뿐 아니라 정밀한 해도로 좌표를 사전에 입력해주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 정도의 유도 제어 기술과 해도를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해일의 미래 위협 능력까지 무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켓 발사체 등 빠른 속도로 무기 관련 기술 향상을 이뤘던 전례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는 군사 기술의 범위가 핵어뢰로 확장될 경우 실전용으로 완성되는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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