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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살인' 최윤종 무기징역…"쟤 왜 살리는거야" 유족 오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림동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스1

신림동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스1

신림동 등산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31)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22일 오후 최윤종에게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장치 피부착명령 30년, 10년간의 정보공개를 명했다.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신림동 관악생태공원 등산로에서 너클을 끼고 피해자 A씨를 성폭행하려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이틀 뒤 목 부위 압박으로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법원 “살인 고의 인정” 

최윤종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지만 재판에선 ‘옷을 당겨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 했고, 기절시키려고 한 것뿐이지 살해의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폭력처벌특별법상 강간 등 살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지만, 살인의 고의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고의’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검찰은 지난해 마지막 공판에서 “4개월 전부터 범행 장소를 답사하고 너클도 미리 준비하는 등 살인을 계획했다.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며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법원은 최윤종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목 부분의 강한 외력으로 사망했고, 피고인이 스스로 목을 감고 누르는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는데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 ‘고의’ ‘임도빈(2014년 GOP 총기난사 사건 피의자)’ ‘이기영(2022년 동거녀 살인 사건 피의자)’ 등을 검색해 피해자를 성폭행할 계획을 세운 점, 피해자가 저항력을 상실한 후에도 4~6분간 강한 압박을 했을 가능성,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를 등산로에서 보이지 않는 비탈길에 옮겨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사형 처할 사정도 있지만, 무기징역” 

정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 첫머리에 “고인이 된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깊은 슬픔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판을 시작한 후 양형 이유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부장판사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교사였으며 용기 있는 여성이었던 피해자는 한낮에 갑자기 공격한 피고인에게 최대한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겪었을 고통을 가늠할 수 없다” 며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남’에서 착안해 범행을 고안한 점을 감안하면, 이후 모방범죄의 가능성을 억제하고 불특정 여성을 향한 예기치 못한 범행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경시하고 침해하는 범죄는 대가를 치르게 해 재발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부장판사는 “생전에 교사로 지도했던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해 영원히 격리하는 극형에 처해야 할 사정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는 “불우한 가정환경 및 대인관계‧사회적응 실패, 심리적인 문제가 이 사건 범행의 복합적인 원인”이라며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이를 박탈하는 형을 내릴 땐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무기징역으로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고, ‘절대적 종신형이 없어 사형 선고’는 타당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생명을 박탈하기보다는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으로 재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20년 후 가석방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최윤종에게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함께 내렸다.

이날 법정을 꽉 채운 피해자의 유족과 동료 교사들, 친구들 사이에선 때때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교사였던 피해자의 생전 모습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유족과 지인들의 울음이 더해졌다. 최윤종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기징역 선고를 들은 뒤 퇴정했다. 선고가 끝난 뒤 피해자의 유족은 “죽여야지 쟤를 왜 살리는 거냐”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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