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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120명, 수업장소 없어...내진 공사에 6개월 떠돌이 생활하나

중앙일보

입력

최근 100명이 넘는 중증장애 학생이 체육관에서 새 학기 수업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학교 내진보강공사가 예정되면서 본관 교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다. 자녀 학습권 침해와 안전사고를 우려한 학부모가 반발하자 교육당국은 내진보강과 체육관 임시교실 구축 공사를 잠시 보류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체육관 수업 이외 마땅한 대안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칸막이치고 체육관에서 수업?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애광학교 체육관 내부. 올해 학교 내진공사 때문에 새 학기 임시 교실이 설치될 것으로 논의된 장소다. 사진 거제애광학교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애광학교 체육관 내부. 올해 학교 내진공사 때문에 새 학기 임시 교실이 설치될 것으로 논의된 장소다. 사진 거제애광학교

22일 경남 거제애광학교에 따르면 사립 특수학교인 애광학교는 올해 상반기 내진보강(약 15억원)과 스프링클러 설치(약 5억원)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교실이 있는 본관동 내진보강은 이번 달 중순 착공하려 했다. 기간만 약 6개월(180일)이 걸리는 공사로, 착공하면 3월 4일 개학부터 6월 28일 여름방학까지 교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내진보강이 결정된 지난해 6월 이후 학교에선 학생 수업 공간 마련이 주요 현안이었다.

유·초·중·고 전체 31학급(약 150명) 중 25학급(약 120명)이 문제였다. 유치원 3학급은 본관동이 아닌 다른 건물에 있고, 전공과 2학급은 가사실습실·음악실을 활용하고,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수업하는 순회 2학급은 교실이 필요 없었다. 애광학교는 본관동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체육관에 수업 공간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체육관 지상 1층에 18학급, 지하 1층에 7학급을 위한 임시교실을 2억원을 들여 구축한단 방안이었다.

각 학급은 75㎜ 두께 패널로 칸막이를 세워 임시교실을 만드는 것으로 설계했다. 가장 많은 학생이 수업받을 지상 1층의 1개 교실 규모는 가로 5m·세로 4.4m에 불과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5명인 데다 교사 1명까지 추가하면, 1인당 가로·세로 1m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수업받는다. 본관동 교실은 가로·세로 6m라고 한다. 학교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도 30명으로, 학급당 평균 1명씩 있어 공간이 더 좁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 “결사반대, 소음·안전 문제 발생할 수밖에 없어”

올해 학교 내진보강공사가 계획된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애광학교. 거제 지역 유일 사립 특수학교다. 사진 거제애광학교

올해 학교 내진보강공사가 계획된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애광학교. 거제 지역 유일 사립 특수학교다. 사진 거제애광학교

애광학교가 지난 11일 ‘내진보강공사에 따른 임시교실 및 교육과정 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전하자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결사반대’ 머리띠까지 두른 학부모들은 “주변 환경에 민감한 아이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으면 안전·소음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원만한 수업을 기대할 수 있겠냐”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경남교육청과 애광학교는 학부모가 참여한 전담 조직(TF팀)을 구성, 학생 수용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당국도 별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체육관 수업 이외 앞서 다른 대안도 검토했지만 여러 이유로 기각됐기 때문이다. 거제시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애광학교 학생 수용 방안으로 ▶학교 이전 재배치(신축) ▶타 학교 분산 배치 ▶모듈러 교실 설치 ▶외부시설 임대 등이 검토됐다.

그런데 외부 폐교 부지에 학교를 새로 짓는 방안은 교육청이 사립학교 이전 재배치를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부족했다. 학교 신축에 보통 500억원이 드는데, 교육청이 이를 100% 지원할 수는 없고, 학교법인도 최소 20% 이상을 법인에서 출연해야 한다는 게 교육당국 설명이다.

1개당 8000만원 ‘모듈러 교실’도 고민했지만…

모듈러 교실 외관. 중앙포토

모듈러 교실 외관. 중앙포토

모듈러 교실 내부. 연합뉴스

모듈러 교실 내부. 연합뉴스

공사 기간 중 다른 학교에 애광학교 학생을 분산 배치하는 것도 애광학교가 거제에서 유일한 특수학교여서 어려웠다. 가장 가까운 통영의 공립 특수학교인 장포학교는 애광학교에서 차로 50분 거리(52㎞)에 있다 보니, 등·하교가 쉽지 않았다. 일반학교에는 언어·작업 치료실과 치료사가 없어 적합하지 않다.

모듈러 교실도 학교 부지가 가파르고 이동로가 좁아 설치할 수가 없었다. 모듈러 교실은 1년 임차에 1개당 8000만원이 든다. 거제썬트리팜·거제문화관광농원·거제문화예술회관 등 외부 시설 임대도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과 통학 거리 등 문제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남 거제시 사립 특수학교인 거제애광학교학교가 올해 내진보강 공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수업할 외부시설을 구하기 위해 현장 답사한 자료. 사진 거제애광학교

경남 거제시 사립 특수학교인 거제애광학교학교가 올해 내진보강 공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수업할 외부시설을 구하기 위해 현장 답사한 자료. 사진 거제애광학교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체육관에 학생을 보내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TF에서 학부모님들 함께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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