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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샌티스 사퇴, 이젠 1대1 경선…"헤일리보다 트럼프 유리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공화당 경선 레이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1대1 구도로 재편됐다. 사진은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주지사. AFP=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공화당 경선 레이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1대1 구도로 재편됐다. 사진은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주지사. AFP=연합뉴스

“그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저 소리 들리나요? 두 사람이 레이스를 벌이는 소리입니다.”(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론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하자 남은 두 경선 주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연설에서 경선 후보 사퇴와 함께 ‘트럼프 지지’를 밝힌 디샌티스 주지사를 거론하며 “감사한다”는 말을 세 차례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한 행사장에서 디샌티스에게 붙인 별명 ‘디생티모니어스’(디샌티스 영문명 Desantis와 ‘신성한 체하다’는 뜻의 ‘sanctimonious’를 합쳐 부른 멸칭)를 계속 쓸 건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이제 그 별명은 은퇴했다”고도 답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뉴햄프셔주 엑서터 고등학교 강당에서 유세에 나선 헤일리 전 주지사는 연단에 오르자마자 경선이 자신과 트럼프 두 사람의 대결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앞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남았다”며 양자 구도를 부각시켰다.

디샌티스, 지지율 고전에 자금난 겹쳐 ‘하차’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후보 사퇴를 밝힌 소셜미디어 영상. 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후보 사퇴를 밝힌 소셜미디어 영상. 연합뉴스

뉴햄프셔 지지율이 미미해 다음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집중하는 듯했던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날 후보 사퇴 선언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승리에 대한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아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원 대다수가 트럼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한때 ‘리틀 트럼프’로 불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디샌티스는 트럼프와의 차별화에 실패하며 지지율 하락세를 거듭해 왔고 최근 헤일리 전 주지사에게도 밀리는 흐름을 보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선거 캠프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경선 레이스를 더는 유지할 동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치르기 전 하차하면서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와 헤일리의 양자 구도로 신속히 재편됐다. 1대1 체제가 되자 둘의 뉴햄프셔 경선은 더욱 치열해졌다.

트럼프 “3차 대전 막을 유일한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선거 캠페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선거 캠페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오후 7시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장에는 행사 예정 6시간 전부터 지지자들이 약 100m의 긴 줄을 이루며 성조기를 흔들고 트럼프를 응원했다. 오후 7시 20분쯤 트럼프 등장 테마곡 ‘갓 블레스 USA’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민주당)은 좋겠다. 이제 바이든이 (카터를 제치고) 역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 됐으니까”란 말로 폭소를 자아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는 가장 비싼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취임 후 1년 만에 기름값이 절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만이 유일하게 3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는 후보라며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란 말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한 연설을 마쳤다.

유세장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트럼프 지지자 헬렌 퀴(45)는 “바이든 행정부 3년 동안 했던 모든 일이 잘못이었고 가장 나쁜 일이었다”며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때 미국을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들었고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했기 때문에 중동에서 평화를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쉘 그린(52)은 “미국은 4년마다 대통령을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바로 지금이 대통령을 바꿔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헤일리 “각자 친구 5명 데려와 투표하라”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엑서터고교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엑서터고교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엑서터 고교에서 열린 헤일리 전 주지사 유세장에는 지지자 약 1000명이 모여 ‘니키를 뽑자(Pick Nikki)’ 등 응원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며 ‘헤일리’를 연호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TV 법정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주디스 셰인들린 전 판사가 무대에 올랐다. 셰인들린 전 판사는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고 2024년 가장 자랑스러울 만한 인물을 찾는 것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며 “헤일리가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헤일리 전 주지사는 “트럼프는 바이든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2%포인트 차로 앞설 때도 있었지만 저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17%포인트 차로 이기고 있다”며 본선 경쟁력을 부각했다. 또 “우리는 구해야 할 나라가 있다. 23일 여러분이 각자 5명의 친구를 데려와 이 운동에 동참해 준다면 좋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매일 증명할 것”이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디샌티스 하차 트럼프에 유리’ 관측

디샌티스 중도 하차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어느 후보에 유리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체로 많다.

이날 공개된 CNN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를 기록해 헤일리 전 주지사(39%)를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달 초 같은 조사에서 7%포인트(트럼프 39%, 헤일리 32%)였던 둘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디샌티스 지지자 중 ‘2위 후보’로 트럼프를 꼽은 사람이 62%로 헤일리(30%)를 꼽은 사람의 배 이상 많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샌티스의 후보 사퇴가 트럼프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헤일리에게 유망해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무당파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가능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도 보수 성향이 강한 헤일리 전 주지사에게 가장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헤일리가 트럼프 대세론을 뒤흔들 만한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그 역시 경선 완주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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