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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어 잠 많은 것 아니냐" 이런 장애인 면접, 대법 "차별"

중앙일보

입력

채용 면접 관련 이미지 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중앙포토

채용 면접 관련 이미지 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중앙포토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업무와 무관한 장애 등록이나 약 복용 여부를 묻는 건 장애인 차별 행위가 맞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장애인 A씨가 B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고용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밝힌 대법원 판결이다.

장애인 전형 면접 갔더니 “약 때문에 잠 많은 것 아니냐”

재발성 우울장애 등으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A씨는 2020년 2월 9급 일반행정 직렬에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으로 9명 선발’ 예정이라는 B시의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계획을 보고 지원했다. 6월 치러진 필기시험을 통과한 건 A씨 뿐이었고, 9월 1일 면접시험을 한 차례 본 뒤 추가 면접시험 대상자로 분류돼 9월 9일 한 차례 추가면접도 봤지만 16일 최종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 중 ‘첫 번째 면접 때 질문’을 문제삼았다.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직무 관련 질문도 했지만, 그 외에 ‘장애의 유형, 장애 등록 여부, 약 복용 여부, 약을 먹거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 장애와 관련된 다수의 질문을 받았다. A씨는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항목에서 낮은 평정을 받아 ‘미흡’ 등급을 받았다. ‘미흡’ 등급을 대상으로 이뤄진 추가 면접시험에서는 장애와 무관한 업무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역시 ‘미흡’ 등급으로 최종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최초 면접시험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장애 관련 질문을 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미흡’ 평정을 내려 장애인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불합격처분을 취소하고 위자료 500만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첫 번째 면접은 “차별”… 두 번째 면접으로 치유될까?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면접관들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규칙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례를 듣거나 목격한 적이 있어 장애 관련 질문을 했다”고 주장하며 질문의 근거를 댔지만, 1심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이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기인한 질문”이라며 “최초 면접 당시 질문은 장애인 차별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직무 관련 질문만 한 적법한 추가 면접으로 최초 면접시험의 하자가 치유됐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수원고등법원은 이를 뒤집고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실질적인 면접 내용 등을 수정해 적법한 추가 시험을 치르더라도, “최초 결과가 위법한데 그걸 없애지 않고 추가시험을 보면 적법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응시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또 “추가면접은 최초 면접위원의 위법한 재량권까지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추가 면접관들은 '미흡' 등급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 등 최초 면접시험의 하자가 추가면접으로 치유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정당한 사유를 사용자가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차별행위로 볼 수 있다”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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