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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머릿속 극명히 갈렸다, 키워드는 세계 vs 미국 [바이든·트럼프 뇌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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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는 11월 5일 치르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5일 치르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세계(World)’ vs ‘미국(America)’
오는 11월 미국 대선서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수퍼 키워드는 이처럼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은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세계’를, 트럼프는 ‘빼앗긴 미국의 힘ㆍ권리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을 쓰는 패턴이 자주 발견되며, 대부분의 발언을 관통하는 핵심 콘셉트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바이든은 ‘세계’, 트럼프는 ‘미국’이 출발점이 돼 대국민 메시지, 선거 전략, 정책 공약을 형성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는 중앙일보가 ‘바이든ㆍ트럼프 뇌지도 제작 프로젝트’에 따라 빅데이터 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지난해 기록으로 남은 두 사람의 발언을 전수조사하고 의미망을 분석ㆍ추출한 결과다. 바이든은 성명ㆍ연설문 등 공식 발언들로 A4지 3000여 쪽 분량 83만5900여 단어가 입력됐고, 트럼프는 공약집 ‘어젠다47’과 공개 연설, 언론 인터뷰 등으로 A4지 1000여 쪽 분량의 34만1900여 단어가 입력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분석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world)의 사용 빈도수가 2106회로 2위 ‘국가’(nationㆍ1283회)보다 월등히 높았다. 사용 빈도는 물론 단어가 가지는 맥락상 영향력을 계량화한 ‘보나시치 영향력 지수’에서도 ‘세계’(69.1)가 가장 높아, 2위 ‘국가’(36.5), 3위 ‘권리’(rightㆍ28.3)의 배 가까이 됐다. 보나시치 지수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에서 사용 빈도수를 포함해 주위로 끼치는 파급력을 종합적으로 수치화한 지표다. 숫자가 높을수록 해당 키워드가 담론 구조의 중심에 있고 다른 단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각종 연설 등에서 세계란 단어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19일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힘”이라고 했다. 지난 5일 1ㆍ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3주년 기념 연설에선 “미국은 여전히 ‘세계’ 민주주의의 등대”라며 ‘세계’를 언급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쓰는 단어 중엔 ‘권리’(420회)가 가장 빈도 수가 높았는데, 단어들의 맥락을 종합 분석하면 ‘미국’(Americaㆍ118회)과 연관돼 ‘미국의 권리’란 개념으로 주로 쓰였다. 보나시치 영향력 지수에서 가장 높아(198.9), 2위 ‘정책’(policyㆍ148.8), 3위 ‘바이든’(Bidenㆍ143.9)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7일 미 NBC 인터뷰에 대선 출마 이유에 대한 물음에 “간단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국경 장벽 강화 공약을 언급하며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지난해 12월 16일 뉴햄프셔주 유세)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아르스프락시아 김도훈 대표는 “바이든은 대통령 리더십과 세계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거시적 세계주의’ 관점을 가진 데 반해 트럼프는 미국인의 힘과 권리를 되찾자는 철저히 ‘미국 제일주의’ 관점으로 메시지 포커싱을 한다는 점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분석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는 빅데이터 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2023년 1월부터 1년간 나온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수조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ㆍ연설문 등 공식 발언록 A4지 3000여 쪽 분량의 83만5900여 단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집 ‘어젠다47’ 발언과 연설, 인터뷰 등 A4지 1000여 쪽 분량의 34만1900여 단어가 입력됐다.
아르스프락시아는 단어의 빈도수와 네트워크 영향력 지수(보나시치 파워ㆍBonacich Power Centrality)를 활용해 의미망과 각각의 지수를 산출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 단어의 연결관계와 핵심적으로 수렴하는 사고의 흐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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