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도훈 "소외된 백인의 불안, 트럼프 재등장 원인" [바이든·트럼프 뇌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앙일보와 함께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년치 발언을 분석한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21일 “이번 분석을 통해 미국 사회의 전통적 지지층의 분화 및 재정립 현상이 확인됐다”며 “트럼프 재등장의 배경은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소외되고 있는 새로운 분화 계층의 분노 표출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두 사람의 공략 대상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바이든은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전통적 리더십 수호를 내세우고 있다. 교육, 기술, 인프라 등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면 노동자, 가족, 여성이 결국 수혜를 입게 된다는 방식이다. 반면 트럼프는 도시의 황폐화, 전쟁에 투입되는 세금, 이민과 자동화로 인한 직업 소멸로 불안감이 확대된 계층에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른 해결책은 바이든의 세계주의 리더십을 전면 부정하고 이민 제한과 장벽 설치 등 불안을 느끼는 계층에 대한 직접적 보호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권자층의 전통적 분류 기준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이든의 전략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안정적 직장을 구하고 전통적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1950~60년대 백인 중산층에게 효과적인 방식이다. 바이든도 가족과 노동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분석 결과 대상은 여전히 고학력 직장인이나 조직화한 노동자층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지금은 백인 남성도 고학력이 아니면 전통적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시대다.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믿었던 이러한 다수의 불안한 백인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집합적 분노와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는 전략이다.
2020년에 유사한 전략에도 낙선했던 트럼프가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을 앞서는 이유는.
생물학적 백인에 더해 미국의 전통적 가치에 편입됐다가 전통적인 백인 남성의 지위 박탈에 따른 불안감에 공감하는 사회학적 백인, 소위 ‘명예백인’이 이번 선거에서 유사한 방식의 분노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을 통칭할 수 있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대중의 실제 삶과 내밀한 정서를 읽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엄혹한 현실에 처한 이들은 미국의 세계 리더십이 중장기적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결국 낙수효과가 발생할 거라는 바이든의 비전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이 확대되면서 이들까지 수용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인다.
미국의 대선은 한국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외교·안보와 경제·통상 분야에서 특히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목표는 미국 내 산업 시설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맞춰질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해 미국이 지불하는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하려 할 개연성도 크다. 이는 그동안 바이든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동맹을 중심으로 구성한 안보 프레임워크의 지속 가능성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라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다차원적인 외교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는 빅데이터 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2023년 1월부터 1년간 나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수조사했다.

바이든은 성명ㆍ연설문 등 공식발언록 A4지 3000여쪽 분량의 83만5900여 단어가, 트럼프는 공약집 ‘어젠다47’의 발언과 연설, 인터뷰 등 A4지 1000여쪽 분량의 34만 1900여 단어가 입력됐다.
아르스프락시아는 단어의 빈도수와 네트워크 영향력 지수(보나시치 파워ㆍBonacich Power Centrality)를 활용해 의미망과 각각의 지수를 산출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 단어의 연결관계와 핵심적으로 수렴하는 사고의 흐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각화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