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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추락하는 홍콩H지수…ELS 손실률 최고 60%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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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홍콩H지수의 급락으로 이에 기반을 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률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H지수의 급락으로 이에 기반을 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률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상품의 손실률이 60%에 육박하면서다. 해당 상품의 기초 자산인 홍콩H지수가 중국의 소비와 건설 경기 부진 우려에 올해 들어 11.1% 추락한 게 불쏘시개가 됐다.

2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형 ELS 상품은 올해 들어 19일까지 총 4353억원이 만기가 도래했다. 이 중 2057억원만 상환됐고, 남은 2296억원은 손실을 확정했다. 투자금 대비 손실액인 손실률은 절반이 넘는 52.8%에 달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ELS 손실률은 시간이 가면서 더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5대 은행 ELS는 올해 들어 8일부터 첫 만기가 돌아왔다. 이날부터 12일까지 집계한 손실률은 50.7%(1067억원)였다. 하지만 그 후 1주일 뒤인 19일까지는 손실률이 이보다 2.1%포인트 더 올랐다. 일부 상품은 손실률이 60%에 육박했다. 17일에 만기가 돌아온 5대 은행 판매 상품과 미래에셋증권의 ELS 손실률은 각각 56.1%, 55.06%에 달했다. 지난 10일 만기가 된 키움증권 ELS 상품의 손실률이 51.72%인 점을 고려하면, 1주일 사이 손실률이 약 5%포인트 더 올라갔다.

손실 속도에 불을 붙인 건 불투명한 중국 경제다. 지난해 중국 내수시장이 부진하다는 소식에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하는 홍콩 H지수가 폭락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에 미친 영향도 컸다. 연초 만기(3년)가 돌아오는 ELS 상품의 가입 당시인 2021년 1~2월 홍콩H지수는 1만~1만2000였다. 하지만 이달 19일 홍콩H지수는 이것의 절반도 안 되는 5127.24까지 떨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홍콩H지수 하락세는 올해 들어 더 가파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지난달 29일 기준 5768.5)과 비교하면 현재 홍콩H지수는 11.1% 떨어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17일엔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94% 폭락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5.2%)은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목표한 5%를 넘었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와서다.

특히 중국 내 소비 부진과 부동산 경기 하강이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7.4% 증가하면서 전월(10.1%)보다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침체도 이어졌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9.6% 줄었고, 분양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도 각각 8.5%·6.5% 감소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올해도 반등 기회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갈등과 첨단 산업에서의 경쟁력 부재,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 정부 부채 등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금융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5%·4.8%로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4.7%·4.6%를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이보다 낮은 4.4%, 한국은행은 4.5%대를 기록할 거라 내다봤다.

당장 상반기에만 ELS 만기 10조2000억원이 몰린 상황에서, 홍콩H지수가 지금처럼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손실률이 60%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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