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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반도체 공장’ 계획에...삼성전자와 손잡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19일(현지시간)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19일(현지시간)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생성 AI 열풍을 일으킨 오픈AI가 개발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까지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올트먼이 오픈AI의 자체 AI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자들 및 대만 TSMC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트먼이 목표로 하는 자금 조달 규모나 운영 형태(자회사 혹은 별도 기업 설립)는 확실하지 않다고 매체는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전날 올트먼의 칩 생산 프로젝트에 대해 보도하며 논의 대상에는 아부다비 AI 기업인 G42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이 프로젝트는 칩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칩 생산 공장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 범위가 될 것”이라며 “인텔과 삼성전자도 잠재적 파트너”라고 전했다.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자  

엔비디아사가 지난해 3월 출시한 'H100' 칩.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 훈련에 필수적이다. 사진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엔비디아사가 지난해 3월 출시한 'H100' 칩.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 훈련에 필수적이다. 사진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챗GPT 같은 생성 AI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고사양 반도체가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용량의 데이터 대상으로 복잡한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 현재 이런 연산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A100과 H100이 주로 쓰이는데, 챗GPT-4를 구동 하는 데에는 A100 칩 2만~3만 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내내 엔비디아 GPU 확보 경쟁이 치열했고,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의 H100을 35만개 이상 확보하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 60만개 이상의 GPU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H100을 연내 35만개 구입할 것을 밝혔다. 사진 저커버그 SNS 캡처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H100을 연내 35만개 구입할 것을 밝혔다. 사진 저커버그 SNS 캡처

챗GPT 아버지의 반도체 사랑

샘 올트먼 역시 그동안 AI 칩 태부족 상황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다. 개발자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는 “AI의 발전 속도는 새로운 칩 설계와 반도체 공급망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반도체를 핵심 변수로 봤다.

올트먼은 이미 챗GPT 공개 전부터 반도체에 투자해왔다. 그는 지난 2019년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AI칩을 만드는 스타트업 레인7과 향후 칩이 개발되면 5100만 달러(666억원)어치를 구매하겠다는 의향서에 서명했다. 레인7에 따르면 올해 출시 예정인 이들의 신경망처리장치(NPU)는 현재 GPU보다 최소 100배 더 좋은 성능을 제공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오픈AI 로고 앞을 걷고 있는 사람들 모습. 연합뉴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오픈AI 로고 앞을 걷고 있는 사람들 모습. 연합뉴스

AI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중동의 ‘오일 머니’를 끌어들이는 데도 서슴지 않았다. 올트먼은 지난해 11월 ‘티그리스’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중동 국가를 순방했고, 레인7도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 산하 펀드가 투자한 기업이다. 지난해 말 올트먼은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실각 5일 만에 복귀한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의 이러한 행동들 때문에 이사회와 마찰을 빚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 기회 올까

오픈AI의 행보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마존, 알파벳,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에 비해 오픈AI는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설계부터 제조 설비까지 갖추려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조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하기보다는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AI 모델에 쓰일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은 TSMC, 삼성전자, 인텔 뿐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파운드리 업계에선 오픈AI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협업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방한한 올트먼은 “한국과 전용 반도체칩 함께 개발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A100, H100는 TSMC에서 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오픈AI가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다면 삼성에는 대형 파운드리 고객 확보를, 오픈AI는 AI 반도체 수급 안정을 노릴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챗GPT에 쓰일 만큼의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패키징,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협업할 면이 많다”라며 “오픈AI가 TSMC와 논의하는 동시에, 다른 측면에서는 삼성이나 인텔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점을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오픈AI가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완전히 새로운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면 향후 기존 파운드리 기업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반도체 전문지 신즈쉰은 이날 “올트먼은 TSMC, 삼성전자, 인텔과 같은 기존 파운드리 업체가 향후 몇 년 내 AI칩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며 “오픈AI가 실제 칩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오픈AI의 시도는 기존 파운드리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올트먼은 이번주 반나절 가량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보스 포럼 참석차 스위스에 머물던 그가 반나절 일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어떤 인사와 만남을 가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방한 때는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소프트뱅크벤처스 주최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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