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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경찰도 못 믿겠다"는 민주당…"검찰개혁 탈나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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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찰 수사권 축소, 피의사실공표 금지와 같은 이른바 ‘검찰 개혁’을 민주당 스스로 허물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체 무엇을 위한 개혁이었냐”는 말이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당대표정치테러 은폐·축소 수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홍익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당대표정치테러 은폐·축소 수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① “검찰 못 믿어”→“경찰도 못 믿어”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여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 참사)로 축소했다. 그렇게해서 줄어든 검찰의 권한은 경찰에 넘겼다. 임기 후반인 2022년 4월 6대 범죄를 다시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축소하고 나머지 4대 범죄도 경찰 손에 넘기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강행 처리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지난 2일 발생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경찰 수사를 놓고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지난 6일 당에 ‘당대표 정치테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열흘 넘게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경찰이 지난 10일 “단독 범행”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축소·은폐·의혹투성이 부실 수사”라고 비판했다. “피의자는 윤석열 대통령 추종자인 것 같다”(서영교 최고위원), “배후를 밝혀야 한다”(정청래 최고위원)는 입장을 민주당 관계자들은 속속 내놓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의원·보좌진 등 250여명과 ‘은폐·축소 수사 규탄대회’를 열어 “우리가 가진 모든 정치적 권한을 갖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겠다”고 경찰에 엄포도 놨다. 당에선 특검·국정조사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윤희근 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등을 오는 25일 국회 행안위에 부르겠다”(임오경 원내대변인)고도 했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이런 민주당을 겨냥해 “검찰을 못 믿겠다고 ‘검수완박’을 하고 특검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한탄한다”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이 원하는 수사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다 개혁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② “피의사실 공표 금지”→“다 공개하라”

조국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추진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기조 역시 민주당이 허물고 있다. 2019년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수사 당시 법무부는 기존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공표 금지의 강도를 더욱 높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인권 보호라는 명목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피의자 사진까지 먼저 공개하는 ‘사적 제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의 피의자 사진을 경찰이 공개하지 않자, 서영교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의자 얼굴이 인쇄된 패널을 들고 “이 사람이 김OO이다”라고 외친 것이다. 현행법상 흉악범은 경찰 신상공개심의위를 거쳐야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피의자 신상뿐 아니라 “이 대표 피습 수사 내용을 발표하고 관련된 내용을 다 공개하라”(홍 원내대표)며 대놓고 피의사실 공표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그렇게 피의사실 공표는 안 된다더니, 법정에서 제시해야 할 증거 내용까지 공개하라 한다”며 황당해했다.

③ 현직검사 총선 출마 길 터 준 황운하

검찰의 정치화와 권력화를 막겠다던 민주당이 외려 검사의 총선 출마 직행로를 열어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민주당이 검찰과 대립각을 세워온 현직 경찰 신분이던 황운하 당시 치안감을 영입하면서다.

2020년 4월 16일 대전시 중구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후보 사무실에서 황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4월 16일 대전시 중구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후보 사무실에서 황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황 의원은 21대 총선 4개월 전부터 현직 대전경찰청장 신분으로 북 콘서트를 열었다. 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피의자(2020년 1월 불구속 기소) 상태였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직 사퇴 시한을 하루 앞두고 사표를 냈으나, ‘수사가 진행 중인 혐의가 중징계 대상에 해당할 경우 면직을 허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수리도 안 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그를 대전 중구에 공천해 금배지를 달아줬다.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으나, 대법원은 ‘공무원이 선거법에서 정한 기한 내 사직서를 내면 사표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공무원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고 출마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당선을 인정한 이른바 ‘황운하 판례’를 남겼다.

황 의원은 정계를 노린 검사들의 선례가 됐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수원지검장) 등이 사표를 내고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들에게 감찰·징계 등 엄포를 놨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

법조계에선 “문재인 정부 말기 검찰 수사로 여권이 수세에 몰리자 급하게 밀어붙인 검찰 개혁이 탈이 나기 시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야권과 학계·언론계 등이 표한 우려를 무시하고 내달린 결과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말을 뒤집어가며 수사기관을 난도질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사법기관도 점점 정치권에 눈치를 보게 돼 공정성은 더 떨어지고 있다. 사법기관의 신뢰도 추락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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