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0만원 더 쓰셔야"…큰 손 '백화점 VIP' 문턱 확 높인 까닭

중앙일보

입력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지난해 단일 점포 최초로 ‘3조 백화점’에 오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매출 절반(49.9%)은 우수고객(VIP) 주머니에서 나왔다. 소수지만 구매력은 최고 수준인 ‘큰 손’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 업계가 앞다퉈 VIP 선정 기준을 손질하는 이유다.

새 등급 만들고, 기준 금액 높이고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1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내년도 VIP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 연간 1억원 이상, 6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다이아몬드 등급을 부여했지만 내년부터 최저 금액을 7000만원으로 조정했다. 구매 실적 상위 999명에게 주어지는 트리니티 등급과 다이아몬드 등급 사이에 새로운 등급(1억2000만원 이상 구매)도 신설했다. 이 밖에도 골드 등급 기준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블랙 등급 기준은 800만원 이상, 1500만원 이상 두 가지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통일했다.

현대백화점은 최상위 고객을 위한 등급을 새롭게 만들었다. 현대백화점 본점과 판교점·무역점의 자스민 블랙 등급 고객 중 일부 고객을 프레스티지 고객으로 선정해 별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점포별로 VIP 고객 관리 방식이 다르다”며 “명품 구성과 고객 특성이 비슷한 점포에 새 등급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티지 등급은 올해 구매 실적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기준 금액과 선정 규모는 비공개다.

또한 자스민 블랙 등급의 기준 금액을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자스민 블루는 8000만원에서 1억원, 자스민은 55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높였다. 롯데백화점은 한발 앞서 지난해, 올해의 VIP 선정 기준을 손봤다. 4000만원·6000만원 이상 구매 시 부여하는 에비뉴엘 퍼플 등급 기준 금액을 5000만원·7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최저 등급인 에비뉴엘 그린의 기준은 400만원·8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으로 일원화했다.

명품 가격 인상이 기준 높인 배경 

신세계 백화점의 VIP 라운지. 뉴시스.

신세계 백화점의 VIP 라운지. 뉴시스.

백화점 업계는 VIP 선정 기준을 높이는 이유로 ‘쾌적한 환경과 경험’을 꼽았다. 라운지나 주차 서비스 이용 중 대기를 줄이고, 혼잡도를 낮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주요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역시 기준 상향의 배경이다. 명품 구매 고객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이 높아지며 VIP 수가 늘어나자 ‘정리’에 나선 것이다. 일부 ‘비정상’ 고객을 선별하려는 의도도 있다. 연말이면 각 백화점 VIP 선정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영수증을 사고팔거나 대리구매를 알선하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한정된 VIP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진입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VIP에도 급이 있다…‘그린’은 못 가는 이곳

백화점별, 등급별 차이가 있지만 VIP 고객은 공통으로 할인, 라운지 이용, 대리주차 서비스 등의 혜택을 받는다. 현대백화점(그린 등급)과 신세계백화점(블랙) VIP인 김모(33)씨는 “현재 등급으로는 대리주차와 라운지 이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윗 등급과 차이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전용 라운지는 등급별로 따로 장소를 둘 만큼 백화점들이 VIP 서비스 중에서도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2021년 남경숙 한양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더현대 서울 VIP 라운지를 방문한 고객 90명 중 66.7%는 30~40대였으며 이들 중 46.7%가 라운지에 1~2시간 머물렀다. 이들은 VIP 라운지의 만족스러운 점으로 ▶넓고 쾌적한 공간 ▶위생 및 청결 ▶다양한 스낵바 메뉴 등을 꼽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