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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출산휴가" "임대주택"...MZ "그거 받자고 애 둘 낳겠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수는 1만890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2명(-8.4%)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보건소 모자보건실 산모와 신생아 지원사업 관련 포스터 모습. 뉴스1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수는 1만890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2명(-8.4%)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보건소 모자보건실 산모와 신생아 지원사업 관련 포스터 모습. 뉴스1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저출산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30대 청년세대의 반응은 어떨까. 육아휴직 확대 같은 일부 대책에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지원금 준다고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이라는 냉소도 흘러나왔다. MZ세대 20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총선 저출산 공약 비교 그래픽 이미지.

총선 저출산 공약 비교 그래픽 이미지.

여야의 공약 중 겹치는 내용은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신설이다. 국민의힘은 인구부(총리급)를,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공약했다. 또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도 공통 공약이었다. 청년세대는 컨트롤타워 보다는 육아휴직 등 제도 변화를 먼저 주목했다. 2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배지은(36ㆍ여)씨는 “아빠 출산휴가로 남성도 육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최지윤(37ㆍ여ㆍ미혼)씨는 “부모가 일하면 아이는 온종일 누군가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휴가나 육아 휴직 급여 부분에 집중하는 게 좋다”며 대책을 반겼다.

그러나 육아휴직이나 아빠 출산휴가가 ‘결혼→출산’으로 이어질 과감한 대책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박모(33ㆍ미혼)씨는 “아빠 출산휴가 기간이 길지도 않고 육아 휴직급여는 한 달에 60만원 올라가는 건데, 아이를 낳게끔 할 정도의 큰 혜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33ㆍ여ㆍ미혼)씨도 “기존 정부 대책에 한 숟가락 얹은 듯 맨송맨송하고 국가 위기를 해결한 만큼 파격적인 대책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임대주택ㆍ현금 지원에 집중했다. 2자녀 출산 시 24평형 주택을, 3자녀 출산 시 33평형을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소득ㆍ자산 따지지 않고 모든 신혼부부(결혼 후 7년까지)에게 가구당 1억원을 대출해주는 식이다. 첫 아이를 낳으면 무이자, 둘째는 여기에다 원금 50% 감면, 셋째는 원금 전액을 감면한다. 둘째 아이는 5000만원, 셋째는 1억원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언뜻 파격적으로 보이는 통큰 대책이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생후 14개월 딸이 있는 직장인 이모(34ㆍ여)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24평 임대아파트를 받자고 둘을 낳을 거 같지 않다”며 “임대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ㆍ여ㆍ미혼)씨는 “당장 애 낳고 살 데 찾는 사람에게 좋겠지만 내게 끌리지는 않는다. 자산 형성을 도와줄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성욱(38)씨는 “가장 파격적인 만큼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성원준(39)씨는 "1억이 아니라 최소 2억은 빌려주고 아이 낳을 때마다 더 크게 탕감해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3ㆍ미혼)씨는 “애 낳을 계획이 있는 부부에게는 도움이 되는 대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장인 강모(36·미혼)씨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주거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1억원 대출과 임대주택을 동시에 받는다면 어느 정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민의힘이 약속한 고용보험 미가임자의 일가정양립제도 도입에 대해선, 기대와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이나 예술인이나 자영업자, 농어민 등이 대상이다. 속눈썹연장 숍을 운영 중인 김효정(32·여)씨는 "육아휴직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해당이 안된다. 자영업자는 쉬고 싶어도 못쉰다"면서 "아이를 낳느냐, 돈을 버느냐는 선택인데 먹고 살 대책이 없으니 결국 아이를 안 낳는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자인 장모(34·여)씨는 "소규모 사업주들은 육아휴직은 꿈도 못꾼다. 어떤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 프리랜서를 일하는 김지연(36·여)씨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휴가를 못쓰는 게 아니라 없다. 여기에 대한 촘촘한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프리랜서 쇼호스트인 임헌진(33·여)씨는 "요새는 남자든 여자든 자기 커리어가 제일 중요하다.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직업은 출산이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떠나, 결혼ㆍ출산 자체를 꺼려진다는 반응도 있었다. 단기간에 대책 몇가지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수도권 쏠림 등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에 다니는 송모(33ㆍ여)씨는 “이런 대책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정화(38ㆍ여)씨는 “영어유치원ㆍ코딩학원 등 별것이 다 있는데 이런 경쟁 대열에서 아이랑 같이 달릴 자신이 없다”며 출산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에 취업한 김모(31)씨는 "대입과 취업을 지나와보니, 자식을 낳아서 똑같은 길을 가라고 할 자신이 없다"면서 "대책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행복해지는 게 우선이고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50명 사업장 운영자인 김모(34)씨는 "아이를 낳으면 쉬게 해준다는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 쉴 수 있을 때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데 대해 “없는 것보다 낫다”며 기대를 걸어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7월 결혼한 직장인 이어진(33ㆍ여)씨는 “첫째도 안 낳으려 하기 때문에 첫째 아이 지원이 부족한 건 아쉽지만, 뭐라도 있으면 좋다고 본다.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선모(38ㆍ여)도 “아이를 남녀 모두 함께 기를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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