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드도 불황형이 대세…알짜카드 단종에 '무조건 카드'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카드사가 신규 발급을 중단한 카드 수가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알짜카드’가 속속 단종되자 금융소비자의 생활밀착형 혜택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405종과 체크카드 53종이 발급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115종)의 4배 수준이다. 다양한 할인 혜택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던 ‘알짜카드’도 대거 포함됐다. 교육비 할인으로 유명했던 신한카드의 ‘더 레이디 클래식’, 쇼핑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KB국민카드의 ‘탄탄대로’ 시리즈 등이다. 주유 할인 혜택을 내세웠던 현대카드 ‘에너지 플러스에디션 2'도 최근 단종이 결정됐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할인·적립 혜택으로 인기를 끈 ‘카드의 정석 마일리지 스카이패스’‧‘하나멤버스 원큐카드’의 발급을 중단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변화하는 수요에 발맞춰 신상품을 출시하고 기존 카드를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건 통상적인 절차”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알짜카드’를 속속 정리한 데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등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여신전문회사채(여전채) 금리는 3% 후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초 2% 초중반대를 나타내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비용도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신용카드 연체총액은 2조를 넘어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또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늘리면서 부실에 대비하고 있다”며 “위험관리비용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물가에 '무조건 카드'로 눈 돌리는 소비자들

알짜카드 단종 소식에 ‘알뜰족’ 소비자들은 이른바 ‘무(無)조건 카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할인‧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예컨대 BC바로카드 ‘GOAT’는 실적 조건 없이 국내 결제와 국외 결제 각각 최대 1.5%·3%씩 적립해 준다. 신한카드 ‘딥 드림’, 롯데카드 '로카 라이킷 1.2', 삼성카드 '아이디 올', 우리카드 ‘카드의 정석 에브리원’, KB국민카드 '위시올' 등도 고물가로 인해 전월 실적을 채우는 게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김민권 BC카드 카드사업본부장은 “연회비를 낮추고 복잡한 카드 사용금액 조건을 줄이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카드 사용이 적은 소비자도 높은 적립률 혜택을 보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이런 ‘무실적’ 카드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44% 증가했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는 교통비‧공과금 등 생활비 절약 카드, 하반기는 무조건 카드로 요약할 수 있는 한 해였다”며 "올해 역시 고금리, 고물가가 예상되는 만큼 생활 패턴에 맞는 생활비 알짜카드와 무조건 카드의 조합이 인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