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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 원인 알고도 2주 뭉갰다…전세계 '골든타임' 놓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20년 3월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군사의학연구원(AMMS)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연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2020년 3월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군사의학연구원(AMMS)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연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전 구체적인 발병 원인을 알아내고도 2주 이상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전염병 초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보건복지부가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에 이같은 분석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최근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학과학원의 런리리(任莉莉) 세균연구소 연구원은 2019년 12월 28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미 국립보건원(NIH)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Genbank)'에 등록했다. 중국 우한에서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속출하던 시점이었다. 사실상 중국 연구진이 전염병의 원인을 발견하고 분석까지 마친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WHO에 보고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병 사실을 처음 WHO에 알린 건 약 2주가 지난 2020년 1월 11일이었다. 관련 연구가 진척된 기간을 고려할 경우 최소 2주 이상 중국 당국이 발병 원인을 파악하고도 침묵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당시 중국 당국은 WHO 등에 "원인 불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NIH가 염기서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요청하자 중국 당국은 입을 닫았다. 심지어 WHO에 첫 보고를 한지 5일 뒤엔 젠뱅크에 등록했던 분석 정보까지 아예 삭제해버렸다. 런 연구원이 등록한 뒤 삭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 정보는 이후 중국 당국이 발표한 염기서열 세부 분석 정보와 사실상 동일하다는 것이 미 보건부의 설명이다.

지난 2017년 2월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러스와 관련된 쥐 실험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7년 2월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러스와 관련된 쥐 실험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국제 의료계가 코로나19 확산 경로를 파악하고 의료 방어 체계를 정비하는 데 그만큼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늦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바이러스학자 제시 블룸은 "만일 중국 측이 염기서열을 즉시 공개했더라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더 빨리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의 정보 공개에 우리가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WSJ에 말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최초 발병 과정을 명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WSJ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 등 야생 동물을 통한 인간 전염으로 확산했는지 등 (구체적인 발병 과정과) 중국 국내 연구소에서 유출된 바이러스인지 여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늦장 보고'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중국 과학자들이 최근 치사율 100%에 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 균주를 만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학계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베이징 화학기술대학과 난징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4일 생물학·의학 논문 공유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코로나 변이 균주인 'GX_P2V'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GV_P2V는 2017년 말레이시아의 천갑산에서 발견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복제해 변형시킨 것이다. 천갑산은 코로나 펜데믹(전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일 때, 박쥐에서 시작해 인간으로 전염되는 과정에서 중간 숙주로 지목됐던 동물이다.

이 변이 바이러스를 실험용 쥐에 투입했더니 모두 8일 이내 죽었다. 실험 대상인 쥐들은 발병한 뒤 급격히 체중이 줄고, 눈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 2020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제2회 세계보건박람회에서 한 남자가 코로나바이러스 모형 옆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0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제2회 세계보건박람회에서 한 남자가 코로나바이러스 모형 옆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났던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2016~2019년)와 결부해 이번 연구 결과를 걱정하고 있다. "최소한의 생물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가 이뤄지다 보니, 연구진의 인체 감염 등으로 외부에 바이러스가 유포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프랑수아 발루 유전학연구소 교수는 X(옛 트위터)에 "(인간을 대신하는) 쥐에 무작위로 (위험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행위에선 그 어떤 것도 배울 게 없다"고 꼬집었다. 리처드 이브라이트 미국 러트거스주립대학교 교수는 "이 논문 어디에도 연구에 사용된 생물 안전을 준수했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고 데일리메일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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