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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 투자 발표 이틀 만에 시총 1조원 날아간 오리온…왜?

중앙일보

입력

서울 한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초코파이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초코파이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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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제약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투자를 발표한 오리온이 이틀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받아본 결과표다. 11만7100원이었던 오리온 주가는 17일 장 중 52주 최저가를 찍는 등 8만9800원으로 내려앉으면서 시가총액 1조793억원이 사라졌다.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와 레고켐바이오 주가도 줄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리온은 15일, 홍콩 소재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936만3283주)를 약 5484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레고켐바이오 창업자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구주 140만주를 주당 5만6186원에 인수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만9000원에 신주 796만3283주를 배정받는 식이다. 오리온은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및 신사업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오리온은 지난 2022년 12월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 회사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중국에서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 중인 등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부문 진출에 속도를 올려 왔다.

오리온이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설립한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 건물 모습. 사진 오리온 홈페이지 캡처

오리온이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설립한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 건물 모습. 사진 오리온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시장에선 ‘잘 나가던’ 기존 사업이 신규 사업으로 자칫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서는 모습이다.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유명 제품을 앞세워 제과 부문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 온 오리온이 3년간 적자를 본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이상, 당분간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거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오리온홀딩스는 2017년부터 7년 연속 연결 기준 흑자를 기록했지만, 레고켐바이오는 연결 기준 2021년 277억원, 2022년 503억원, 지난해 3분기 5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폭을 키워왔다. 제과 사업이 주력인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리온홀딩스 전체 매출 중 제과 부문 비중은 96.9%로, 바이오 부문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신평 “오리온, 인수 부담 흡수 가능”

다만 증권가에선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고켐바이오 투자액수가 오리온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데다가, 제과 부문 매출에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이번 인수에 따른 손익 및 재무부담은 오리온의 이익창출력과 재무구조를 통해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며 “오리온 제과 부문은 핵심 이익창출 기반 역할을 하며 재무안정성을 지지할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출자금과 보유 유동성 등을 통해 상당 기간의 투자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메리츠증권 김정욱 연구원도 “실적 반영 과정에서 연결 편입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실적 가시성 및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라며 “이후 레고켐바이오 연구개발 단계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추가 투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그는 “기존 레고켐바이오 보유 현금과, 얀센 기술 수출 수익, 오리온 투자금 등 7000억~1조원 가량을 확보해 최소 5~7년 자금 조달 이슈를 해결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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