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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예산' 65% 당겨쓰는 정부…총선 뒤 하반기 실탄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상반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도로‧철도‧공항‧항만 건설 등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한다. 올해 목표로 하는 직접일자리의 97%는 상반기에 채용한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총선용으로 재정을 당겨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SOC·일자리 등 상반기 재정 집중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SOC 사업 예산 12조4000억원을 상반기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신속집행관리대상 예산(19조1000억원)의 65%에 달한다. 상반기 기준 예산집행률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상반기 SOC 예산 집행률은 평균 59%였다. 일자리 예산도 상반기에 집중한다.

올해 전체 일자리 사업 161개(29조2000억원) 중 128개(14조9000억원)를 중점 관리대상으로 선정하고, 67%(10조원)를 상반기 중으로 집행한다. 세금을 투입해 만드는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따지면 상반기 중 올해 목표의 97%(114만2000명)를 채용한다. 기획재정부 역시 재정 신속집행 계획을 세우는 등 전 부처가 돈을 빨리 쓰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 계획 그래픽 이미지. 자료 고용노동부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 계획 그래픽 이미지. 자료 고용노동부

정부, 토목공사로 내수 활력 목적

정부는 상반기를 강조하는 이유로 내수 회복을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민생 회복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최상목 경제부총리)에서다.

특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등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업계 위기론까지 나온 상황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로 활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건설수주액(경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4%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42.1%) 이후 2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민간소비,건설경기 부진에 내수지표 '마이너스' 그래픽 이미지. 자료 통계청

민간소비,건설경기 부진에 내수지표 '마이너스' 그래픽 이미지. 자료 통계청

지난해 일용직 근로자는 104만2000명으로, 197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용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일용직 근로자 수가 50만3000명으로 전년(55만6000명)보다 9.5% 줄면서다.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 총 근로자의 8%를 차지하는 만큼 건설 경기 위축이 경기둔화로 전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SOC 사업과 함께 정부가 일자리 상반기 집행에도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둔화한 만큼 토목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망과 엇박자…“하반기 실탄 부족”

그러나 일각에선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올해 시작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표심을 의식한 경제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상반기 예산 집중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상반기엔 물가상승, 하반기엔 경기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봤는데, 이런 경기부양책이 물가 상승을 더 압박할 수도 있다. 물가가 오를 때는 재정 투입을 줄이고, 경기가 둔화할 때 재정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전망과 정책이 반대로 가는 상황이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정책을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막상 재정을 투입해야 할 하반기엔 ‘실탄’이 부족해지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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