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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10) 여기 와 계셨나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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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여기 와 계셨나이까
박종대 (1932∼ )

바닷가 소나무 한 그루
바다 보고 삽니다

꿈꾸는 유채꽃밭
자갈밭도 데리고

갯바람 이야기 들으며
바다 보고 삽니다
-아흔 이후 2 (책만드는집)

“노경(老境)은 새싹을 가꾸는 새 밭”

어디 계시는가 했더니 바다를 보고 계셨다. 홀로 계시는가 했더니 꿈꾸는 유채꽃밭, 자갈밭도 데리고 계셨다. 어떻게 사시는가 했더니 갯바람 이야기 듣고 계셨다.

이렇게 홀로 서 있는 소나무에서 시인은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닐까? 교직 생활을 하다가 일본에서 외교직으로 근무했던 박종대 선생은 예순이 넘어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더욱이 아흔한 살 때 시조집 『아흔 이후 1』을 내더니 1년 만에 『아흔 이후 2』를 펴냈으니 대단한 노익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도의 시인 구상은 ‘노경’에서 ‘여기는 결코 버려진 땅이 아니다.//영원의 동산에다 꽃 피울/신령한 새싹을 가꾸는 새 밭이다.’고 노래했는데 진실로 그러하다.

꿈도 꾸고 이야기도 들으며 아, 여기와 계셨군요. 노 시인이시여!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